이것이 영화다
감독: 조지 밀러
출연: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 니콜라스 홈트, 휴 키스 등
러닝타임: 120분
조지 밀러 감독은 30년이나 지나서야 매드맥스3의 후속작을 발표한다.
그 긴 시간 동안 매드맥스 비슷한 영화 하나 만들지 않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매드맥스를 턱 하니 내놓은 것이다.
그것도 1편이 나온지는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영화를 말이다.
그가 '분노의 도로'를 내놓으면서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닐까 한다.
이것이 영화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분노의 도로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독의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편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은 다양한 인물들, 선과 악이 선명하게 보이는 구도, 통쾌한 액션과 복수, 지루함이라고는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 전개 등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시원하게 흘러간다.
거기다 자동차, 분장, 세트 장치, 음악, 연출, 연기 등 뭐하나 빠지는것 없이 아주 영화적인 요소들을 정말이지 꽉꽉 채워 넣은 마치 '영화의 종합 선물세트'가 바로 '분노의 도로'이다.
물이 말라버린 시대에 폭포수를 공급해주듯 좋은 영화를 애타게 찾는 사람들을 위해 마치 폭포수 같은 한 편의 영화를 감독은 던져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캐릭터들도 아주 매력적이다.
새로운 '맥스'는 전편과 같은 음울함 보다는 뭔가 좀 허술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좀 더 가진 캐릭터가 되었고 새롭게 등장한 '퓨리오사'는 기존의 어떤 캐릭터와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맥스와 더불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아마 그건 퓨리오사를 연기한 게 샤를리즈 테론이었기에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퓨리오사 역에 그보다 어울리는 캐스팅은 없었을 것이다.
샤를리즈 테론!!
놀라운 배우이다.
이 배우를 처음 본 건 데블스 애드버킷에서였는데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연기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놀라워했었다.
데블스 애드버킷을 흥행시킨 건 키아누 리브스가 아닌 샤를리즈 테론과 알 파치노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뒤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연기의 한계에 도전하는 샤를리즈 테론!!
샤를리즈 테론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시간 나면 따로 한 번 쓰도록 하겠다.
매드맥스를 처음 본건 비디오 테이프로 였는데 당시에는 잔인한 장면들이 내겐 좀 충격적이었다.
화려한 액션이 넘쳐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멸망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답게 특유의 비인간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어둡게 깔려있었다.
거기에 어린 나이에는 충격적이었던 잔인한 장면들까지.
트럭에 사람이 깔린다던지 톱으로 발목을 자른다던지 하는 장면들은 장면 자체로도 충격이었지만 지금에 생각해보면 그런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배경들이 그 장면들이 주는 충격을 더 배가시킨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조지 밀러 감독은 씬을 만들어 내는 데는 굉장한 탁월하다.
조지 밀러와 멜 깁슨을 일약 떠오르게 만들었던 그 유명한 매드맥스1의 포스터.
1편에서 기억에 남는 건 포스터의 저 검은 차가 되게 멋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편에서 세계가 끝장이 났는지는 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냥 좀 평범하지 않은 세계로는 설정되었던 것 같은데 그 후의 매드맥스 시리즈처럼 세계가 아주 끝장이 난 그런 시대는 아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자동차 액션은 꽤 괜찮았다고 기억된다.
특히 포스터에 나와있듯 본넷 위에 얹은 저 엔진 때문에 뭔가 아주 멋있게 기억은 된다.
그리고 멜 깁슨의 아주 풋풋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매드맥스의 독특한 세계관이 반영된 건 2편부터지 않나 싶다.
독특한 자동차들과 멸망의 세계 같은 분위기, 그리고 기형적 인간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이라고 해봤자 1985년작이지만....)인 매드맥스3가 전편들보다 오락적 요소들을 듬뿍 집어넣었던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가수인 티나 터너가 출연했을 정도니깐.
매드맥스1을 보고 나서 의문이었던 게 왜 Mad Max 라고 부를까였었다
맥스야 이름이니 그렇다 치고 Mad는 미쳤다는 뜻인데 적어도 내가 보기에 주인공은 전혀 미쳐 보이지 않았다.
영어에 대한 지식이 지금도 짧지만 그때는 그저 fine thanks, and you? 정도만 알때였으니 도대체 왜 제목이 '미친 맥스'인지 도저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었다.
뭐 분노의 도로에 등장한 맥스도 미친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ch of our better selves?'
-The First History Man
'희망없는 시대를 떠돌고 있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최초의 인류
영화의 마지막에 캡션으로 올라오는 이 말에 대해선 좀 아리송하다.
멸망한 세계에서 새롭게 최초의 인류가 되는 맥스(의 무리)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야 할 곳을 말하는 건지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단지 영화적인 장치라는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가져야 할 게 '희망'말고는 무엇이 있겠는가?
그 작은 희망들이 모이고 모여 영화 속 씨앗처럼 실패에 실패를 더하다 마침내 기적처럼 비옥한 흙 위에 얹혔을 때 비로소 싹을 틔울 테니까.
우리 인류도 그렇게 희망과 절망을 넘나들며 기적처럼 생존해 지금 이 순간까지 왔을 테니까.
어쩌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실패와 좌절과 고통 속에도 끝없이 희망을 품는다는 것.
그리고 결국은 그 싹을 틔워낸다는 것.
그런 지독함이 인류가 지구 최상위 생물이 될 수 있었던 요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크롬 버전으로도 한 번 봐야겠다.
도저히 지겨워할 수 없는 이 영화를 흑백으로 다시 본다면 그건 또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내 이 퓨리오사와 맥스를 그리고야 말겠다!!!(내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