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만난 사람들
다낭의 상점엔 직원이 많다. 정말 작은 쌀국수집이든 약국이든 손님이 별로 없음에도 직원은 다섯 명이나 되었다. 직원들이 항상 여유롭게 서 있는 모습도 많이 봤다. 우리나라는 다른 손님과 응대하는 직원을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기도 일수이고, '계산해주세요!!!'하고 소리를 질러야 겨우 통할 때도 있다. 그리고 손님이 없어 한가한 것이 아니고서는 직원들이 빈둥거리며 노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네~ 갑니다~"
"잠시만요~~~~"
우리나라에서 어디를 가나 한 번쯤은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베트남 직원들의 여유 있는 모습이 이 나라의 문화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서 그랩을 이용하면서, 식사를 하러 다니면서, 여행지를 둘러보면서 스쳤던 많은 사람들 중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평범했다면 지금까지 기억하지 못했겠지?
공항에서 내려 우리나라를 떠나왔다는 실감이 난 순간, 입국심사까지 마치고 가장 설렜을 때 만난 픽업 기사님! 우리의 이름을 들고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신났다! 해외여행 초보의 마냥 신남이랄까? 좀 더 인상 깊었던 이유는,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조용히 편안하게 안전운전만 했고, 우리끼리 대화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순간은 잘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을 겪어 보고 나니 이 분이 최고였다 싶네.
우리의 카톡 아이디까지 가져간 끈질긴 작업맨, 파리 델리 벨보이.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현재 같은 호텔에서 묵고 있는 동생에게 벨보이 잘 있냐고 묻기까지 했다. 체크인 시 짐을 보관해주면서부터 체크아웃 시 택시에 짐을 옮겨줄 때까지 벨보이와 나눈 모든 장면이 참 생생하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호이안 로스터리 카페에서 더위를 피해 주스를 마시고 있는데, 국화빵 굽는 화로 같은 것을 가지고 들어와서 숨던 상인이 생각난다. 카페 직원에게 눈빛을 보내니 그는 밖으로 나가 누가 오는지 살폈고, 다시 숨어 있던 상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는 덜컥 겁이 나서 무슨 일일까 생각하며 카페를 나왔다. 밖에는 공안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범죄자였을까? 노점상이었을까? 무서운 장면을 목격하고 싶진 않았다.
클랙션 대마왕: 내가 제일 잘 나가~~!! 예에~~~ 시도 때도 없이 클랙션~~!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베트남의 클랙션은 빈번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으로 탔던 그랩 기사가 최고였다. 큰길도 아니고 앞에 차도 별로 없는데 무조건 빵빵빵~!! 다 비켜!!!!
사고 날 뻔했던 기사: 급브레이크 밟아서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지만, 서로 양보 안 하려고 했는지 충돌할 뻔했고, 두 운전자가 눈싸움하면서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행히 우리에겐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마음을 조금 풀었다.
별점 5개 달라고 말한 기사: 운전을 엉망으로 해서 짧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타는 내내 불안감을 준 기사가 있었다. 다른 기사들은 큰 길가에서 내려주는데 이분은 호텔 바로 앞 도로까지 들어와 내려주면서는 별 다섯 개 부탁해!!라고 말하더라. 물론이지, 6개 줄게!!!! 하고 한 개 줬나...?
반대 차선에 내려준 기사: 편도 4차선의 엄청나게 큰 도로였다. 우리나라는 왕복 4차선이 흔해 반대편을 가려면 당연히 길을 건너가야 한다는 것에 익숙했던 상황. 길을 건너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하며 겨우 건너고 나서 생각해보니, 여긴 편도인데 왜 반대편에 내려준 거야? 하는 생각에 열 받아서 한동안 씩씩거렸다.
안전 운전했던 기사: 딱 한 명이었으므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사님! 고마워서 팁을 주었는데 그것조차 안 받으려고 했던 좋은 사람!
후진해서 손님 받은 기사: 그랩을 호출했는데 하자마자 바로 앞에 있다고 신호가 울렸다. 바로 나가서 살펴보니 아무도 없는데? 그때 저~~~~~ 멀리서 비상등을 켜고 후진하는 차가 보였다. 저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지켜보니 엄청나게 서행하면서 계속 뒤로 오고 있었다. 헉... 혹시 저 차가 우리 그랩인가? 싶어 앞으로 달려가 번호판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맙소사... 지나가는 길에 호출 와서 바로 잡았다고 하는 위험한 기사님...
이상한 손톱을 가진 기사: 마지막 공항 가는 길에 호출한 그랩 기사가 내려서 짐도 안 실어주길래 벨보이가 대신 짜증을 내줬다. 혹시 공항 가서도 우리 짐 안 내려주고 그냥 가면 안 되니 문 열어두고 닫지 말자고 작전까지 세웠다. 순간 핸들을 봤는데 기사의 손톱을 보고 소름 끼쳤다. 동화에서 마녀가 기르는 만큼 엄청나게 길었다. 남자분인데, 왜 저렇게 길게 유지할까? 저 손톱에 찔리면 아플 것 같은데? 겁이 났는데 무섭다고 말도 못 하고 초조했다. 가던 중 공항 출국장과 입국장 중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헤매느라 멘붕이 왔는데 혹시 이거 일부로 그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당시 두려움에 떨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도착 후 나는 일부로 문만 열고 천천히 내리는 시늉을 했다. 다행히 기사가 먼저 내려 우리의 짐을 내려주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로 피곤한 상황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여행의 묘미, 여행의 즐거움, 다 이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