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아 Nov 03. 2016

분갈이를 하면서

분갈이철학


세 달 전에 구입한 화분의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강한 햇빛이 들던 창가에서 책장 위로 옮긴 후 잘 자란다고 뿌듯해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서운 속도로 크는 해피트리를 보며 
"분갈이를 해줘야겠군"
해놓고 근 한 달이 흘렀다. 

왼쪽은 9월 16일, 오른쪽은 11월 3일


오늘 미뤘던 숙제를 했다. 꽃집에 가져갈까 하다가 대충 할 줄 아니까 흙이랑 화분을 사 와서 직접 했다.
집에 화분이 많아서 부모님께서 직접 분갈이하실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 어깨너머로 배운 대로 해봤다.
결론적으로는 성공. 흙도 양이 딱 맞았다. 



잘 크는 해피트리와 금전수는 큰 화분으로 옮기고 그 두 화분에 무늬산호수를 나눠심었다. 
신기한 걸 발견했는데 금전수의 뿌리가 동그랗다. 이게 열매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알뿌리라고 한다. 
이 알뿌리에는 가뭄을 견디는 수분이 저장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을 잘 안 줘도 잘 자란다고.


꼭 감자같이 생겼다 ㅎㅎ


혼자 분갈이를 하면서 느낀 건, 어찌 되었든 포장은 중요하다. 내가 어디에 담겨있는지도 중요하다. 같은 나무의 화분만 바꿨을 뿐인데 훨씬 커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이제 진짜 이름답게 '나무'같다. 자랄 만큼 자랐으니 더 자랄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도 중요하다. 근데 때가 중요하다. 잘 자라던 식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더뎠다. 물도 똑같이 주고 햇빛도 비슷했는데 말이다. 뿌리가 더 뻗지 못 해서 위로도 올라가지 못 했던 것이다. 화분을 빼내니 아래쪽에 뿌리가 화분을 뚫을 기세로 몰려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옮겨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가 보다 더 중요하다. 무엇이든 적기가 있다. 때를 잘 알아 그때그때의 나를 멋지게 포장할 줄 아는 것이 곧 능력이다. 보이는 것도 가지는 것만큼 중요하단 것이다. 성장 속도에 맞춰 옮겨갈 때, 떠날 때를 아는 것이 진짜 필요한 지혜다.
때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
무늬산호수를 세 개로 나누는데 뿌리가 많이 엉켜있었다. 성격대로라면 힘으로 분리했겠지만 식물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다행히도 안다. 살살 분리를 하는데도 잔뿌리가 많이 상했을거다. 조금 더 일찍 했다면 이렇게까지 많이 엉키진 않았을 텐데. 서로의 뿌리에 상처를 이렇게 많이 입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때는 중요하다.

어깨너머로 대충 배운 기억으로 분갈이를 했고,
분갈이하다가 철학 했다.
그래서 배로 뿌듯하다.
                                                  

이전 11화 경험에 절약하지 않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