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 찾는대신 만들어가기
20대.
고민이 참 많은 시기다.
대학을 선택할 때는 이게 세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선택인 줄 알았다. 내 선택에 의해 인생이 크게 변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중퇴를 결정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을 때, 학교를 그만둔다는 사실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대학이라는 포장지로 잘 싸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대학은 나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100프로 완벽한 결정은 없다고, 나는 2% 부족함을 인정하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그 2%는 채워졌다. 이어진 다른 선택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결정에 스스로가 고마워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어떻게 색칠해줄지도 알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모든 순간의 고민과 그 고민에서 나온 하나하나의 선택들이 다 연결이 되어있었다. 아무리 커 보이는 문제도 절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랬기에 고등학교도 큰 고민 없이 그만두었던 것 같다. 대학이 있으니까. 대학을 다닐 땐 대학원이 있으니까.
대학원을 졸업할 때 즈음 이젠 또 뭘로 포장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실, 그때는 포장이라는 단어보다 내 인생의 알맹이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고 봐야겠다.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어떤 일이 내 가치관과 맞는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마음이 편하고 해복한 일, 내가 잘 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 소외받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 딱 그거면 됐다.
그런데,
그게 가장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따라갈 과정 말고 내가 만들 과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진짜 '내 것'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느 대학을 갈까 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고민이었다.
잘 가고 있는 걸까? 너무 돌아가는 거 아닌가?
'아 고민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니, 아직도 달고 산다.
"고민하지 마"라는 말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을 안 하면 뭐가 바뀌지? 고민을 해야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해결책도 보이고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은 필요하다. 그 발효의 시간이 있어야 우리의 인생이 더 맛깔나 지는 게 아닐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속도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성격이 급한 나라서 늦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다. 하지만 빨리 가려면 깊게 갈 수는 없다는 걸 인정했다. 속도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비교를 안 하게 된다. 비교를 안 해야 열등감이 안 생기고 질투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야만 내 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굳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마냥 기다리길 선택한다.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혀도 마냥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국도를 택하셨다. 신호가 조금 걸려도 차가 없으니 훨씬 빠르다고 하신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아무리 빨라 보이는 길도 모두가 가는 길이면 빠른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기에 조금은 불편하고 험할 수 있지만 그게 훨씬 빠를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가장 빠른 길' 이 가장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려주는 그 '좋은 길', '빠른 길'이 편할 수는 있어도 내가 지금 원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내 길은 내가 고민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게 가장 빠르고 바른 길이라는 걸 믿는다.
운전할 때와는 다르게 인생에서 빨간불을 만나면 참 당황스럽다.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한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마음의 여유는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껏 달려오며 느낀 건, 절대 바뀌지 않는 신호등은 없다는 것. 빨간불을 만나면 당연히 파란불로 바뀐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조금 긴 신호가 있고 짧은 신호가 있을 뿐. 빨간불에 머물러 있는 신호등은 없다. 신호가 조금 길다고 느껴지면 달리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앞을 보고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신호가 바뀌면 누구보다 신나게 달릴 준비를 하면 된다.
어쨌든, 결국 도착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