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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by 사부작

우리집에는 사장님이 살고 있습니다. 저의 아내가 그 주인공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 중 한 명입니다. 저는 물론이거니와 그녀 또한 본인이 자영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그녀는 3년 차 자영업자입니다. 그녀의 사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이, 직장인인 제게는 모두 새로웠는데요, 본인의 '업'을 정하고, 그 안에서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반면, 뉴스에서 말하던 자영업의 현실 또한 바로 옆에서 목격했고, 지금도 실시간(?) 체험 중입니다. 개업 후 3년 안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50%에 가깝다는 뉴스 기사가, 이제는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가게를 옆에서 2년 넘게 지켜보면서, 세상에 '상호'를 걸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세계를 선보인다는 건 무섭지만 꽤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직, 대기업 직장인이라는 이 사회가 인정하는 목적지까지의 네비게이션을 멈추고, 눈 앞의 이정표를 보며 내가 원하는대로 행로를 결정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몹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영업자의 일상은 녹록지 않습니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가게 안 적막과 고독 속에서 절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계속 다독여야 하고, 월세를 내는 날이 가까워질 수록 느끼는 부담감과 허탈함을 매월 견뎌내야 합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이라도 있는 날이면, 본인이 정성들여 세상에 내보인 결과물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부정당한다는 상상에 괴로워하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인고하고 버텨내며, 이 가게를 '생업'으로서 지켜내는 일은 매우 고귀하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계급적 상하관계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내재되어 있는 듯합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건 웬만하면 정당하다 받아들여지고, 사장님들에게는 매일 댓글과 리뷰라는 사회적 평점이 매겨집니다. 자영업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온라인 상에 털어놓아도, ‘본인이 선택한 길’ 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구요. 물론, 요즘은 사회적으로 진상 고객들에 대한 폭로도 늘어나고, 고객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누군가를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자영업을 영위한다는 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약자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각기 나름의 애환이 있으니 자영업만이 특별한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만큼은 아내를 위해, 잠에 들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는 또 한 명의 사장님을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도, 저의 아내가 모든 자영업자를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의 분투를 기록하고 그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일은 적어도 누군가에게 해가 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가게를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 기쁨, 고민, 성취의 과정들을 바로 옆에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누군가의 글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내의 사업만을 통해 경험한 내용이다 보니, 자영업에 대해 다소 잘못된 지식을 말한다거나,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만한 미숙함이 옅보인다면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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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