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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dreamer Sep 03. 2023

연하(남)일기4

기로에 서다 .

내 지난 연애는 조급함이였다 . 당연히 내가 좋다면 다가오고 매달리고 달래주던 20대의 연애에 익숙했던 나는 30살이 넘어 만난 남자에게서 연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지금껏 만나왔던 그 누구와도 다르게 날 행복하게 슬프게 괴롭게 기쁘게 했다. 나에게 있어 기다림은 죽음과 같았다 . 사실 이 카톡이란게 생긴 이후로 연애는 더 피곤해졌고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 나는 그를 만나는 꽤 긴 시간동안 나의 또 다른 점을 발견했다. 내가 기다리는 것에 유난히 불편함이 있으며 날 기다리게 하는 스트레스는 나에게 바로 헤어질 결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였다.이 이슈는 닥터 프로이드적으로 더 파헤쳐 봐야 겠지만 어쨋든 나는 그 남자와의 긴 연애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배웠다 .

우리는 아주 많이 웃었고 함께 미쳤고 죽도록 사랑하다 증오하며 헤어졌다 .

그가 남긴 많은 사랑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나는 지금 이 열살도 넘게 어린 선수 앞에 서있다. 나는 예전에 나와는 달라진 온갖  연애 기술을 전남친에게서 연마했으니 그 여유로움으로 이 연하남을 요리 할 것인가 아니면 나이라는 벽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기 전에 포기해 버릴까 하는 기로에 서고 말았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보면 어렸을때 사치는 모피코트나 바닷가에 저택을 사는 거라면 나이들어서의 사치는 누군가에게 열정를 느끼며 사는 거라고 했다 .


난 이 남자에게서 나를 그렇게 열정으로 몰아 넣었던 전남친과 매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 만남에 내게 다가오는 모습이 슬로우 비디오로 보이면서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던 그런 감정이였다 . 내가 느꼈던 열정만큼 그와의 연애에서 느꼈던 불안함과 괴로움이 함께 떠오른다 . 모든게 능숙해서 나를 영화 속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수많은 실망과 눈물도 함께 주었던 사람 .. 그 모든 추억과 트라우마를 안고 나는 이 남자와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울 것인지 아니면 이제 나이에 걸맞는 안정적인 남자와의 연애를 추구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생각은 매일 오던 연락이 하루 종일 오지 않자 밀려 들기 시작했다.내가  이젠 연락 정도에 휘둘리지 않을 여유를 장착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엔 너같은 남자들 내가 뻔히 알고 있어라며 그를 박스 안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


저녁이 다 되서 카톡이 울린다 .


아 누나 .. 나 너무 피곤 했나봐 . 이제 일어 난거 있지 ?


뭐지 이 익숙한 멘트는 .. 응 그렇다 치자 .

어제 밤에 어디서 술마시고 밤새 뭐하다 주말 내내 뻗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찬바람이 분다 . 예전 남자 친구였음 이미 며칠간 차단 해 버렸겠지만 아직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난 화내거나 하면서 내 맘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니 맘대로 해보렴.  난 널 방목 할거구 그러다 맘에 안들면 바로 아웃 시킬 생각이거든 ..


난 한시간 쯤 있다 대답했다 .


푹 잤어 ?

잘했넹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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