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정신과에 입원을 했습니다
외래환자와 다르게 면담을 자주 또 길게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내게 배정된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과 전공의 선생님. 특히 전공의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 눈에도 앳되어 보이는 C전공의 선생님은 내 또래의 선한 인상을 가진 여자분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시면서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당시 대화는 이런 흐름이었다.
“선생님, 여기선 모든 게 편안해요. 그래서 집에서는 못 쓰는 법원에 제출할 가해자 엄벌 탄원서를 여기서 쓸 거예요. 그런데 너무 쓰기 싫고 건드리지도 못 하겠어요. 가해자 처벌 수위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써야 하고, 제 미래에 쓰지 않는 경우의 수는 없는데도 말이죠. 결심이랑 손이 따로 노니 이해가 안 되네요.
나쁜 생각이지만 그 사람이 죽어도 슬플 것 같지 않아요. 범죄자라 할 지라도 그동안 수사 단계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안타깝게 봤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은 솔직히 죽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내가 토로하면 C전공의 선생님은 신중히 말을 골라 공들여 답변해 주셨다. 질문을 통해 강요하지 않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부여했다.
“이상하지 않아요. 괜차나님이 말씀하신 것들이 다 이해가 돼요. 그럴 거 같아요. 지금 탄원서를 왜 써야 하는지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고, 집에서 쓰기 어려우니 여기서 쓰겠다고 결심하셨어요. 생각의 흐름이 합리적이에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힘든 상태일 때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기 어려운 데 그럴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에요. 그 사람이 죽었으면 하는 바람, 나쁜 게 아니에요. 저한테 말하셔도 되고 혼잣말로 욕하셔도 돼요.”
“선생님 그 악성 메일도… 사실 살해 협박이라곤 하지만 유치하다 생각하면서 넘긴 사람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그냥 넘긴 사람이 고소한 사람보다 훨씬 많구요. 저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어떤 사람이요?”
“그런 내용에도 타격받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요.”
“고소한 사람이 적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이 다 타격을 받지 않은 건 아닐 거예요. 자기 일이면 누구든 타격을 받죠. 그게 뒤늦게 올 수도 있구요. 괜차나님이 그냥 참지 않고 대응하신 게 잘한 것 아닐까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