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정신과에 입원을 했습니다
나를 맡은 전공의 C 선생님께는 남몰래 가졌던 죄책감과 두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제가 예전에 사인이 쟁점이 된 사망 사건에 어떤 약물을 구해서 학생이 자살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법의학자 인터뷰를 인용해서 기사를 썼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그 약물이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요? 용서가 안돼요. 제가 그런 식으로 자살을 부추기는 영향을 끼쳤다면요.”
“네…….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누군가가 약물을 알아냈으니 죽겠다고 결심을 했을까요? 혹시 차나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쳐가는 사람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차나님이 지금껏 말했듯이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업무라서 어쩔 수 없이 쓰신 기사가 많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그런 것 중 하나 아닐까요.”
“그런데도 나쁜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안해요. 그 사람의 저주처럼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불행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까 봐 두려워요.”
“나쁜 생각이 스치는 건 어쩌면 우리가 어쩔 방법이 없어요. 그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머릿속에서 그냥 흘러가게 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어요. 또 걱정이 있다면요?”
“저는 남에게도 못할 말을 스스로 너무 많이 해요. 전 회사에 대해서도 제 잘못이 아닌데도 결국 제 탓을 하게 돼요. 이런 저한테도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요?”
“그럼요. 자기 탓을 하는 건 예를 들면 어떤 거예요?”
“그러니까…그 회사가 나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아닌 거 알았으면 진작 그만뒀어야지.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다그치게 돼요. 사실 사건 있기 1년 반 전부터 회사는 그만두고 싶었거든요. 만약 바로 그만뒀다면 제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지금껏 괜차나님 이야기를 들었으니 할 수 있는 얘긴데요. 그때 차나님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요. 차나님은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만두신 것이 가장 빨리 그만둔 것은 아닐까요?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 또 미래에도 어떤 좋은 일이 생겨서 이때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죠. 혹시 돌아보면 이때는 이렇게 힘들어했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음 그럴까요? 저는 그냥 바보 같아요. 너무 심사숙고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버리는걸요. 결심하고 저지르는 사람이 부러워요.”
“저지른다라, 충동적이고 싶으세요?”
“네. 회사도 아니다 싶으면 3일 만에 그만두는 친구가 제일 부러워요. 저는 끙끙 앓으면서 몇 날 며칠, 아닌 몇 년을 그렇게 있기도 하거든요.”
“충동적인 건 훨씬 쉬워요. 참고 견디는 게 더 어렵죠. 잘하신 거예요.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원하신다면 앞으로 그렇게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이젠 참지 않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행동할래요.”
“그래요. 그리고 괜차나님이 생각하는 평안한 날은 꼭 올 거예요. 할 수 있어요”
이런 대화를 통해 전공의 선생님은 사실을 바꿀 수 없지만 내 머릿속 기준과 생각은 바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셨다. 가벼운 어조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괜차나님은 하실 수 있어요’라는 응원은 생각지도 못한 힘을 얻게 해 줬다.
반면 내 부모도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내 머릿속 자아는 어디서 이렇게 못된 말만 배워와 스스로 몰아붙이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