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사랑' 이야기 5
작가: Egon Schiele
작품명: Death and the Maiden (1915)
검은 형체가 소녀를 감싸안고 있다.
죽음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으스스하지만은 않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친밀하게 맞닿아 있다.
소녀의 표정도 두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삶은 더욱 선명해진다.
마치 검은 바탕 위에 놓인 하얀 종이처럼.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있나?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세수를 하고,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뛰어가고,
커피를 마시며 업무 메일을 확인하는
이 평범한 일상을.
가끔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
나의 부족함과 실수까지도 포함해서.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나 자신과 멀어지는 순간이 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진다.
마치 까다로운 검사관처럼
나의 모든 것을 점검하고 채점한다.
하지만 죽음은 달랐다.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오히려 더 부드러워졌다.
내 안의 두려움도, 부족함도, 실수도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불안해도 괜찮아.
그래서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를 이해한다는 것이라는 걸.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림 속 소녀가 죽음을 바라보듯,
나의 한계와 마주하는 것.
그렇게 했을 때 오히려 삶은 더 선명해진다.
매일 아침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완전함도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내가 찾은 자기 사랑의 방식이다.
결국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죽음이 삶의 일부인 것처럼,
나의 부족함도, 두려움도, 실수도
모두 나의 일부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묻는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있나?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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