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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란히 걷는 사랑

명화 속 '사랑' 이야기 3

by InnArte Jan 23. 2025
Courtesy of Finnish National Gallery, Public Domain

그림 소개

작가: Hugo Simberg

작품명: Towards the Evening (1913)


그림 속 사랑

호숫가에 붉게 물든 저녁 빛이 내려앉았다.

작은 아이가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걸어간다.

아이는 조그마한 발걸음으로 앞을 응시하고,

할아버지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그 옆을 지켜준다.

서로 다른 속도로 걷고 있지만,

하나의 길 위에 서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손과 손으로 이어진 온기만으로 충분하다.


사랑의 방향

내 얼굴에서 누군가 보일 때가 있다.

아침에 화장하다 무심코 짓는 표정,

피곤할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

웃을 때 눈가에 잡히는 주름까지.

거울 속 내 모습이 조금씩 엄마를 닮아간다.

시간은 참 이상하다.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모든 것들이,

그 나이가 되어가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같은 길을 걸으면서

조금씩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처럼,

시간 속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당신의 사랑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

할아버지는 손주 앞에서 옛날이야기를 하고,

아빠는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고,

나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한 식탁에 모여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불편하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반복되는 이야기도,

아빠의 고집스러운 잔소리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차이가 자연스러워졌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왔기에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걸까.

아니면 그 차이 속에서도 결국

한 가족이라는 걸 깨달은 걸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해되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가족이란, 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존재들이다.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도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는,

그런 특별한 동행.


사랑 키워드

#기억 #공유 #연결 #이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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