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사랑' 이야기 1
작가: Gustav Klimt
작품명: The Kiss (1908-1909)
금빛으로 물든 캔버스 앞에 서면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절벽 끝 꽃밭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감싸 안고 있다.
남자는 여인의 얼굴을 다정하게 붙잡고,
여인은 눈을 감은 채
그의 품에 온전히 자신을 맡긴다.
검은 직사각형 무늬의 옷을 입은 남자와
둥근 무늬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만나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황금빛 옷자락이 그들을 감싸며
이 순간이 얼마나 신성하고
영원할 것 같은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그들이 서 있는 자리를 보면
마음이 조금 불안해진다.
절벽 끝에 선 듯한 위태로운 위치.
그럼에도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을 잊은 듯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모든 불안과 위험을 지워버린 걸까.
아니면 이토록 완벽한 순간은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환상에 푹 빠져든 걸까.
연인의 사랑은 늘 하나 됨을 향해 움직인다.
서로의 마음도, 생각도, 삶도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완전한 하나가 되는 건 쉽지 않다.
서로를 감싸고,
서로에게 스며들기를 바라면서도,
어느 순간 다시 경계가 느껴진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사랑이 깨어질까 봐 두려워진다.
사랑은 그렇게 소유와 자유 사이,
결합과 거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함께 있을 때도 불안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더 그립다.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과
하나가 될 수 없다는 현실 사이의 줄다리기.
그게 연인의 사랑이 가진 지향성인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사랑은 뜨거운 순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마주할 때,
하나가 되지 못해 답답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
다시 한 걸음 다가가려 노력할 때도
사랑은 계속된다.
가령, 함께 밥을 먹는 평범한 순간에도 사랑은 있다.
한쪽이 식탁을 차리고, 다른 쪽이 설거지를 하면서
'하나 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가도 설거지 순서를 두고 티격태격할 때,
사랑은 다시 경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결국엔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작은 노력들 속에서 사랑은 이어진다.
완벽한 하나됨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꿈을 꾸며
서로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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