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사랑' 이야기 6
작가: Egon Schiele
작품명: Crouching Nude in Shoes and Black Stockings, Back View (1912)
그림자처럼 느껴지는 피부.
쉽게 상처받을 것 같은 살결.
핏기가 도는 부분과 창백한 부분이 뒤섞인 몸은
안과 밖의 구분이 사라진 듯하다.
그런 몸을 그리면서 화가는 무엇을 보았을까?
롤랑 바르트는 사랑에 빠진 이의 상태를
살갗이 벗겨진
것에 비유했다.
사랑은 우리를 보호하던 껍질을 벗기고,
온 신경을 바깥으로 드러낸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는 나를 발견한다.
평소의 내가 아니다.
상대의 말 한마디, 문자 하나,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온몸의 피부가 한 꺼풀 벗겨진 것처럼.
상처받기 쉬운 상태는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평소에 나를 보호하던 껍질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이 추구하는 방향인지도 모른다.
경계를 지우고, 타인의 존재가
내게로 스며들게 하는 것.
그래서 상처는 닫힘이 아니라 열림이다.
아픔은 결핍이 아니라
너무 많이 느끼는 것에서 온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세상에 노출될 때,
그 취약함이 곧 예민함이 되고,
그 예민함이 깊은 감각으로 이어진다.
이 그림처럼, 신체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
색의 진동이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사랑 때문에 뒤바뀐 일상을,
갑자기 날카로워진 감각을.
평소의 나라면 넘어갔을 일이
갑자기 커다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취약해지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상처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용기.
그것이 우리를 더 깊이 살게 한다.
살갗이 벗겨진 채로
세상을 느끼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더 선명하다.
우리는 종종 상처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상처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들이 있다.
예민해진 마음으로만 발견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사랑에 빠진 이는
'살갗이 벗겨진' 채로 걷는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사랑이 건네는 역설이다.
가장 깊이 상처받는 그곳에서만,
가장 선명하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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