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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간직하고 싶은 사랑

명화 속 '사랑' 이야기 8

by 오운다
Courtesy of Lenbachhaus, Public Domian

그림 소개

작가: Wassily Kandinsky

작품명: Riding Couple (1906-1907)


그림 속 사랑

그림 속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몸을 기댄 채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남자는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없지만,

무엇보다 가까운 거리.

주변은 온통 빛으로 가득한데,

그 빛 속에서도 두 사람만은 고요하게 멈춰 있다.

세상은 흐르고, 그들은 멈춘다.

그 멈춤 안에 간절한 바람이 있다.

사라지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오래 머물기를.


사랑의 방향

사랑은 가만히 머물지 않았다.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자리를 옮기고,

모양을 바꾸었다.

그래서 나는 두려웠다.

내가 품고 있는 이 감정이 사라질까봐,

그 사람이 떠나버릴까봐.

그래서 간직하고 싶었다.

눈으로, 손으로, 말로, 마음으로.

그 사람을. 그 감정을.

하지만 소유하려는 마음은 자주 지나쳤다.

너무 꽉 안으면 상대는 숨을 쉴 수 없고,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면

내 안의 불안이 비쳐버렸다.

사랑은 붙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졌고,

지키려 할수록 더 흔들렸다.

그 사람을 소유하고 싶었다.

처음엔 사랑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나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내가 기뻐하는 이유도,

상처받는 이유도,

살아가는 이유조차

그 사람에게 기대고 있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말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가까워질수록
나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사랑은 그렇게, 너무 가까워질수록

나를 흐리게 만든다.


당신의 사랑

그 사람과 함께 걷던 길,

웃던 목소리, 손끝에 닿던 체온.

사라지지 않도록 내 안에 고이 묻어두고 싶었다.

사람은 사라질 수 있지만, 기억은 남는다.

기억이 사랑을 다르게 간직해준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아도,

내 안에 있는 사랑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같은 말을 타고 있던 두 사람처럼.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다를지 몰라도,

한 몸처럼 나아간다.

그 거리, 그 따스함, 그 무게.

사랑은 어쩌면 함께 움직이는 시간을

잠시 붙잡고 싶어 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사라지기 전,

온전히 품고 싶은.


사랑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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