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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거리 두는 사랑

명화 속 '사랑' 이야기 7

by InnArte Mar 27. 2025
Courtesy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Public DomainCourtesy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Public Domain

그림 소개

작가: Edvard Munch

작품명: Two Women on the Shore (1898)


그림 속 사랑

녹색 들판 위에 두 여인이 있다.

하얀 옷을 입은 여인과 검은 형체.

하지만 그들은 정말 두 사람일까,

아니면 한 여인과 그의 내면일까?

하얀 옷의 여인은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검은 형체는 여인을 응시하거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여인의 내면에 자라난 또 다른 자아,

두려움의 형상처럼.

뭉크의 그림은 한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분열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커질수록 자라나는 회피의 마음.

"내 진짜 모습을 알면 떠나가 버릴지도 몰라."

그런 두려움이 검은 형체가 되어

여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붙잡아주길 바라면서도,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마음의 형상.


사랑의 방향

감정이 커질수록 마음에 유리가 생긴다.

투명하고 날카로운.

상대가 가까이 올수록

그 유리가 나를 찌를 것만 같은 두려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 질문이 자꾸 맴돌 때,

우리는 자연스레 거리를 둔다. 

롤랑 바르트는 이를

'소유하려 하지 않음'이라 불렀다.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순.

그것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다.

사랑이 커질수록 내면에 자라나는 투명한 장벽.

보이지만 건널 수 없는.

여인의 옆에 서 있는 검은 형체처럼,

우리 안에도 자신 지키려는 그림자가 있다.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 사랑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하게 막는 내면의 감시자.

그 감시자는 우리를 보호하려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갈망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당신의 사랑

문자를 보고도 답장을 미루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진심을 감추는 순간들.

그것은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너무 커서 생기는 두려움이다.

마음에 생긴 유리, 그 투명한 벽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의 크기를 증명한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면

회피할 이유도 없으니까.

뭉크의 그림 속 여인과 그녀의 내면처럼,

우리도 사랑 앞에서 분열된다.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물러서고,

붙잡히고 싶으면서도 도망치는 모순적인 움직임.

회피는 단절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이 만들어낸 거리일 수 있다.

"내 진짜 모습을 알면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두려움이 클수록

사랑도 크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일이니까.


사랑 키워드

#회피 #고독 #연결 #두려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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