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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Feb 27. 2022

경제 전문가들은 주식으로 떼돈을 벌까?

직장인 투자자들을 위한 '이어달리기 투자'

    많은 전문가들은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사면 누구라도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정말일까?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주식으로 대박 난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며 자조하는 이들이 많은데 말이다. 이제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싶어 매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 강제 장투(또는 존버)를 당해버린 이야기도 흔하다.


    특히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카카오, 네이버' 이름만 들어도 한국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K-주식 아니었던가. 시장 전반이 하락한 것도 있지만, 우량주들의 주가가 계속 부진함에 따라 안 그래도 고달픈 직장인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직장인 A씨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자유의 꿈을 안고 소비까지 줄여가며 주식을 사 모으는 그였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가 보편화됨에 따라 경제 분석가나 대학 교수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A 씨는 틈날 때마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주식 종목들 위주로 매수했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사자마자 심하게 하락하는 종목도 있고, 많이 올랐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승분을 반납해버리는 종목도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던 중 '그것을 알려드립니다(가칭)'이라는 유명 유투버의 채널이 생각났다. 평소 궁금했는데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질문에 대해 유투버가 직접 조사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인데 그곳에 의뢰해보기로 했다.


* 사람들의 궁금한 것을 직접 해결해주는 한 유튜브 채널







'경제 전문가들은 주식으로 떼돈을 버나요?'


(가상의 대화)


- 유투버 : "박 교수님, 금융시장에 대한 연구로 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을 수상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실제 주식투자에 적용했을 때 성과는 어떠셨습니까?"


- 박 교수님 : "주가라는 게 꼭 기업의 가치와 일치하는 건 아니거든요.. 훌륭한 기업이라도 오랜 시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고.. 그래서 주식은 참 어려운 거예요."

- 박 교수님 : "아무튼 주식시장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단순한 세상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 변수가 실타래처럼 엮인 복잡계의 세상이란 말이죠.."


- 유투버 : "아 네, 어쨌든 질문은 주식 투자 성과에 대한 것인데요, 대답을 부탁드립니다."

- 박 교수님 :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라 대답을 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사실 나도 물렸어요...

- 유투버 : "아.. 예.. 대충 이해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직장인 A 씨는 위의 가상 유튜브 클립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말의 위안을 얻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배신감을 느꼈을까? 사실 주식으로 성공한 슈퍼개미는 꽤 들어봤어도 주식으로 성공한 경제학 교수나, 경제 분석가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수 십 년간 경제를 공부하며 방대한 이론과 정밀한 모델링으로 무장한 이들조차 주식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금리, 실업률, GDP 등과 같이 실물 경제를 다루는 거시경제학은 개별 기업의 주가 결정 요소와는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교수님도 언급했다시피 단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주가와 완전한 상관계수 이루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외생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 라는 저서에서는 주식 시장은 고체(기업의 펀더멘털), 액체(유동성), 기체(투자 심리)가 어우러져 있어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주가 fx=(기업가치, 유동성, 기대심리)라는 것인데, 수많은 변수 중에서 대표적인 세 가지 요소로 주가의 함수를 정의한 접근법이 인상 깊어 소개한다.


    우선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여전히 기업의 가치,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즉 해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보유 자산 가치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불리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 또는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높은 것은 그만큼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최고의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작은 기업일지라도 미래에 빠르게 성장할 것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면 시장에서 주가가 높게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을 통해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단어인 '가치 투자'도 이런 개별 기업의 성장에 따른 가치 상승을 믿고 투자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두 번째로는 유동성(Liquidity)이다. 경제학에서 유동성은 간단히 말해 '시장에 풀려 있는 돈'이다. 유동성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한 예를 들어 ㅇㅇ국가의 증권시장에 20개의 회사가 상장되어 있는데 증시에 유입된 자금이 1억 원이면 1개 회사당 평균 시가총액은 500만 원일 것이다 (1억/20개 회사). 만약 기업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에 의해 증시에 1억 원의 자금이 더 유입된다고 하면 1개 회사당 평균 시가총액은 1,000만 원(2억/20개)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실제 저금리 기조에서는 저축을 하는 메리트가 적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데, 기업이 창출하는 실제 이익이나 성장성을 떠나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팬데믹을 직면한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통화 팽창 정책을 펼쳤다. 이후 바닥에 있던 증시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아 신고가를 달성한 사례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을 잘 알 수 있다. 반대로 최근에는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2021년도 3,300pt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 2,600pt까지 급락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이러한 유동성 회수로 인한 증시 급락 현상을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부른다. 특히나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대형 기업이 신규 상장되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1.2월 기준 시가총액 약 100조)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전후로 증시 수급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고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 흐름 또한 좋지 않았다.



* 코스피 월봉차트 (2017~2022.2/18일)



    세 번째로 주가는 집단의 기대 심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일종의 쏠림 현상인 ‘군집 행태(Herd behavior)’는 인간의 본성적 특징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단체로 수렵 생활을 해온 인류는 생존을 위해 무리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DNA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리가 떼 지어 도망가고 있는 집단을 목격한다면 이들을 따라 일단 같은 방향으로 쫓아 도망가게 된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뒤에 맹수가 쫓아오거나, 급류가 유입되거나 하는 긴급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피해 우선 무리의 행동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 군집 행태 : 한쪽을 향해 무리(Herd)들이 따라가게 되는 현상



    주식 시장에서도 이러한 행태는 매번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호재나 악재가 기사화되었을 때 그것이 실제로 기업의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행동에 나선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만을 보고 일단 마구 팔아 버리거나(과잉 매도), 반대로 좋은 소식에 급등하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사고 보는(과잉 매수) 행태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기업 가치의 10%만큼만 영향을 줄 이슈라고 해도 이보다 큰 ±40~50%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것도 이러한 군집 행태와 같은 쏠림 현상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하반기 증시를 뜨겁게 달구던 메타버스와 디지털 미술품 등을 거래하는 NFT(Non fungible token) 관련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집단 심리에 의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주가를 보였다. 몇몇 기업들이 메타버스, NFT 관련 사업에 '관심이 있다'라고만 해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 급등을 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급락하는 것을 반복했다. 정작 이러한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몇 달 사이 거의 바뀐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야말로 흔들리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 투자자들의 심리뿐이었다.


* NFT 테마주로 급부상한 서울옥션의 널뛰는 주가 차트 (21.10월~22.2월)


    



천재들도 실패하는 주식시장


    모든 경제 전문가들이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하거나, 시장의 유동성과 집단 심리를 연구하며 주식 시장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들이 막연하게 주식을 잘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눈(Snow)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키를 잘 탈 것'이라 가정하는 것만큼이나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화려한 배경과 탁월한 지능을 자랑하는 이들도 투자 세계에서 실패하는 일은 꽤 흔하다. 1994년도에는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라는 신생 헤지펀드 회사가 하버드, 시카고대학 교수 등 저명한 석학들의 참여로 출범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몇 년뒤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큼 화려한 맨파워를 자랑했다!) 이런 금융 어벤저스들은 고도화된 프로그램과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단기간 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등극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으나, 대규모 채권 디폴트 등으로 결국 4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파산하고 금융 구제를 받는 운명을 맞이 했다. 사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수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뉴턴조차도 주식 투자에 진심이었지만 '대실패'를 하고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겼으니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변수들이 실타래처럼 엮인 복잡계의 세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은 주식 투자를 해야 할까?

 

    우선 천재들도 실패하는 험난한 주식시장에서 꿋꿋이 잘 버티고 있는 직장인 투자자들은 스스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잠시, "불세출의 천재들도 실패한 곳이 주식 시장인데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돈을 벌 수 있겠어?"라며 겁을 집어 먹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결국 주식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뛰어난 두뇌보다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과 가치와의 싸움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투자는 스스로 공부하여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늘 옳은 것은 아닐뿐더러, 개별 주식을 팔아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또한 주가가 유동성이나 집단 심리를 이겨내고 '기업의 가치'에 장기적으로 수렴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직접 기업을 분석하고 그 가치를 가늠해 보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한 매수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내가 동행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지속해서 검증 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교 시절부터 투자 자문사를 창업해 20년간 이어오며 한국 가치투자의 큰 획을 그은 최준철 대표는 기업을 매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추적해나가고 이에 따라 포지션을 수정하는 방식을 '이어달리기 투자'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매수 시기에는 기업 가치를 50만 원으로 생각했더라도 중간에 이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조기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주가가 50만 원에 도달했더라도 팔지 않고 목표가를 70만 원으로 상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장기 투자의 어려움을 풍자한 그림


    반대로 아무리 좋은 기업에 투자해놓았더라도 그 기업의 '핵심 성장 스토리'가 훼손되면 더 이상 투자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는 당초 목표했던 가격이 오지 않더라도 팔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끊임없이 오르다가 작년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시사에 따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성장 스토리가 훼손된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남이 좋다는 말만 듣고 투자해놓고 관심을 끄고 있다면 특정 주식을 언제까지 보유하는 게 좋을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것이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결국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며, 새로이 창출된 가치는 고스란히 기업의 가격을 대변하는 주식 시장으로 흡수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리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주식시장일지라도 기업과 경제가 성장하는 한 장기적으로 주식이 '우상향' 한다는 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는 없다. 실제로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GDP와 주식 시장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아래 차트의 붉은 선(미국의 GDP)과 파란선(주식 시가총액)이 괴리를 만드는 구간 구간이 바로 유동성과 집단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겠지만, 결국에는 긴 시계열에서는 함께 상승하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 미국 GDP - 시가총액 상관관계 (https://thesoundingline.com/putting-the-us-stock-market-in-perspective/)


    모쪼록 우리 직장인 투자자들도 이점을 기억하고 단기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충동적으로 손절을 해버 리거나 주식시장을 훌쩍 떠나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십 년 동안 삼성전자의 탁월한 성장성을 믿고 오르든 내리든 주식을 모아 큰 부를 이룬 택시기사님의 성공 스토리도 있지 않는가. 그가 삼성전자 주가가 특정시기에 하락하는 것을 보고 단념하고 팔아버렸다면 아마 인생이 완전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힘든 시장에서도 기회는 있고 주가가 오르는 기업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래 성장성은 있으나 시장 침체로 인해 할인받고 있는 기업을 지속해서 선별하고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나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형주에 숨겨진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공부 없이 전문가들 또는 주변 지인들이 추천하는 기업들을 매수하는데 그쳤다면 이제 조금 더 산업 분석과 기업 선별에 에너지를 쏟자. 많은 종목 중에 옥석을 가려내고, 내가 투자한 기업의 행보를 추적해나가는 '이어달리기 투자'에 도전한다면 새로운 투자의 지평이 열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직장인 자본주의 생존기' 이전 글


-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가난해지는 거 같지?

- 공매도 재개해도 주식 시장 안 망하는 이유      

- 부자가 되려면 계속 직장에 다녀야 하는 이유

- '코인, 살까 말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

- '회사에서 이 돈 받느니 장사나 해볼까?' 싶을 때

- 직장인에게 주식은 도박이다?

- '어떤 주식이 저렴할까?' 직장인 투자자를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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