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와 한 달간 포옹하기 13. 헤어지고 14일차
이틀을 못 봤는데 오늘도 많이 늦을 거 같다고 연락이 온다. 서비스 출시 이틀 전이다. 이 추세라면 출시 전날에는 당연히 못 볼 텐데 4일 연속은 안 되겠다 싶다. 그래서 오늘 좀 많이 늦어, 라는 연락이 오기 전에 선수를 쳐서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이틀 만이다. 네가 어차피 늦을 것 같아 할 일 다 하고 느지막이 너네 집에 갔다. 많이 늦을 테니 눈이라도 붙이고 있자며 침대에 누웠다. 막상 이렇게 대놓고 누워서 기다리자니 너무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벽 4시에 퇴근했는데, 전 여친이 침대에서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어난 걸 본다면. 걱정하는 와중에 잠이 쏟아진다. 나도 이틀 연속 새벽 3시에 잔 지라 몸이 숨기질 못한다.
보안키가 띡띡 눌리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깼을 때는 네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통 정신이 바짝 들지가 않는다. 나 정신 좀 차리게 먼저 씻고 잘 준비하고 나오라고 그동안 채비를 하겠다고 했다. 눌린 머리를 묶고, 가글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직은 좀 예뻐 보이고 싶은데 오늘은 영 안 되겠다.
"우리가 3일 안 봤나, 하루 안 봤나?"
"이틀이야 바보야."
"요새 날짜 감각이 없어서(긁적)."
3일이나 안 보면 어떡하니, 그리고 하루 안 봤다고 내가 여기 이렇게 누워있겠니. 날짜는 나만 세는구나.
물론 속으로 말했다.
네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리고 계속 일만 했을 테니 공유할 일과랄 게 없을 것 같아서 대화는 생략하고 얼른 안고 나와버렸다. 새벽 4시, 집에 오는 길 공기가 차다. 집에 가는 내내 잠 기운이 나를 짓누른다. 피곤하면 네가 먼저 이 관계에서 백기를 들어버릴까 봐 걱정했는데, 그 리스크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거였나 보다. 몸이 피곤하니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피곤이 다음날 미칠 영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네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을 때 집에 와서 기다리는 짓은 앞으로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