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twhite Oct 15. 2018

30대 초반 퇴사 일기 (8)

오뚝이와 회복탄력성

내가 어릴 때 '오뚝이'라는 장난감이 있었다. 요새 아이들도 오뚝이를 가지고 노는지 모르겠지만, 오뚝이의 밑바닥은 둥글게 생겨서 그 바닥 안에는 추가 들어있다. 손으로 오뚝이를 밀어서 넘어뜨리려고 해도 좌우로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넘어지지 않았다. 안에 있는 추가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인데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는 걸 보면 적잖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몸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종종 오뚝이를 생각했다. 아무리 넘어져도 바로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오뚝이가 되고 싶었다.

오뚝이, 얼핏 기억에 이런 모양이었던 것 같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현재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 5년 전, 남자들만 그득한 회사에 파워 있는 여자 선배가 없어 늘 아쉬웠던 나는 그녀의 책 <린 인, lean in>을 읽고 그녀를 선배로서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그녀의 TED 강연, 서적, 사회적인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녀의 말을 빌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고 말할 만큼 유리천장을 깨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여자 중 한 명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꼭 맞는 남편을 만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 셰릴, 그때 나에겐 그녀가 세상을 다 가진 여자 같았다.


데이브 샌드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 기사를 훑던 중 그녀의 남편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15년 셰릴은 남편과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남편인 데이브 샌드버그는 러닝머신에서 뛰다가 넘어져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손을 써볼 시간도 그녀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마치 나의 지인의 죽음만큼이나 놀랐고 충격적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녀가 가장 소중한 남편을 잃다니. 그 후로 1년 후, 셰릴은 UC버클리에서 졸업 축사를 하며 공식적으로 데이브의 죽음을 언급하며 자신의 상실과 상처를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다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UC버클리 졸업 축사하는 셰릴 샌드버그 (출처 : 페이스북 캡처)

  

2017년 4월, 셰릴 샌드버그는 심리학자인 아담 그랜트와 함께 옵션A가 없는 옵션B로 사는 삶에 관해 책 <옵션B>를 출간한다. 아담 그랜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인생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역경을 극복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라고 믿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타인으로부터 자신들에게는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점차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믿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단지 글로 아는 내용이 아닌, 나 역시 미국 교수님에게 들은 최고의 응원의 말 한마디로 다시 일어설 기운을 찾아가고 있어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했다. 


자기 존재가 중요하다고 믿고, 타인을 돕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자기 존재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신에게 강점이 있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기 시작했다고 믿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내일이 올 거라 믿고 새로운 하루가 나에게 주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하루 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끔찍한 병을 얻어 더 이상 평범한 하루를 유지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역경이 삶 어느 구석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돌진할지 우린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 역경에 넘어지지 않을 힘, 혹은 이미 넘어져 울고 있다면 다시 우리 자신을 믿어보자. 우리에겐 이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잠재력이 있다고. 가끔은 타인의 눈에 너무 자신만만하게 보일지라도,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것만이 현실의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 아닐까. 그래야 넘어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오뚝이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 파이팅:)






#30대초반 #30대초반 #오뚝이 #역경 #극복 #셰릴샌드버그 #데이브샌드버그 #옵션B #회복탄력성 #30대 #퇴사 #일기 #여자 #일상














이전 07화 30대 초반 퇴사 일기(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