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왔더니 시집이 써지네
밥값을 해라
내 귀를 스치는 차가운 말
내 배를 찌르는 차가운 손
그러면서 나는 찬밥 취급
아 나는 세상에서
밥이 제일 싫다 싫어
짜잔한 딸년 배속에서
놀고 있는 개놈 새끼
그놈도 밥을 안 먹는다
내가 밥이 싫어서인가
개놈이 밥이 싫어서인가
밥 값 안 하고 싶다 시밥!
임신 초기부터 시작된 극심한 입덧에 밥도 안 넘어가던 지은이가 시댁에 방문했던 날의 일이다.
아직 임신 사실을 모르던 시할머니는 지은이의 배를 쿡쿡 찌르며 “밥값을 해라”라고 말했다.
뱃속의 품은 아이는 밥도 못 먹게 하는데
밥값을 하라며 임신 눈치 주던 시할머니의 목소리와 손길을 지은이는 영영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