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사회 일본에서 한국인이 집을 구할 때의 해프닝~
융통성의 사회 한국에 비교하면 일본에서는 무엇인가 고구마 백개 먹은 듯한 답답한 일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다. 천천히 돌이켜 생각하면 그들의 매뉴얼대로 하게 되면 얻는 메리트도, 그들의 문화도 이해가지만 역시 답답할 때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일본 거주할 때 겪은 일로 그들의 매뉴얼 대로 삶을 고발(?)하며 거꾸로 일본은 매뉴얼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회임을 이해하기 바란다. 즉 일본 진출 때 일본인이 납득하는 매뉴얼 작성은 필히 수반이 되어야 한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일본에 살던 그때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2012년 경, 일본 동경
이미 6년 차 일본 생활에 접어들던 나는 6년 살던 집에서 나와 다른 집 이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도쿄 아카바네!
드디어 주말, 이미 5년 이상 친분을 쌓은 일본인 지인과 같이 일본 부동산에 둘러보았다.
혹시 아시고 계시는가? 일본에서 외국인이 집을 얻으려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을!
유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일본인이 보증을 서야 월세를 얻을 수 있는 내국인에게 없는 벽이 있다.
일본에 도착한 첫해는 입사한 회사의 경리직원이 일본인이라 회사 대표 요청으로 나의 보증인을 서주게 되어 그럭저럭 쉽게 집을 구한 것으로 기억한다.
6년이 지난 나, 그리고 나의 든든한 일본지인(나이도 지긋한 분)과 함께 당당히 부동산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이 넘들아 손님 왔다. 손님 받아라.."(민짱 머릿속 ㅎㅎ)
그때는 지금처럼 웹에서 부동산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 부동산은 체인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다. 특정 지역 혹은 전국에 걸친 체인점으로 이루지는 것이 보통이며 앞면에 현재 매매, 월세 매물을 앞창에 다닥다닥 붙여 둔 것이 전형적인 일본 부동산 느낌이다.
한국 부동산이 "센트럴짜이 32평 A타입 10억"정도 간단히 적혀 있으면 일본 부동산 홍보 전단지는 위 이미지와 같이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를 다시 돌린다.
부동산에 들어가서 월세 집을 찾고 있다. 소개 가능한 물건이 있는가 물어보았다.
잠시 뒤, 직원이 월세 물건이 한 10여 개 정리된 파일철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난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예산에 맞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며 소개해 주기를 기다렸다.
부동산 직원이 물건 리스트 바인더를 정리하여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무엇을 하려고 전화를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월세 내어 놓으신 물건을 보시고자 하시는 손님이 방문하셨는데, 외국인입니다. "
"고객님 물건을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이게 무슨 소리이지? 내가 아직 보지도 못한 물건을... 왜 전화를 하고 있지.
잠시 가출한 영혼을 끌어내리며 다시 상황을 파악하니
조금 전 직원이 전화한 집주인이 NO라고 했나 보다.
다시 다음 물건 리스트를 확인하며 또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허
3건 개인가?
난 같이 온 지인에게
"저기 10개 물건이 있으면 먼저 내가 보고 2~3개 추려서 마음에 든다.
이야기하면 그것을 갖고 집주인에게 전화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마음 들지도 안들지도 모르는 물건을 왜 하나씩 외국인에게 소개해도 될까요 하고 묻는지 정말 이해 안 된다."
물론 같이 온 일본인 지인도 수긍했고 부동산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해 주었다.
그 직원의 반응이 어땠을까?
내가 왜?? 무엇을 잘못한 거야? 외국인이라 집주인에게 월세 물건을 소개해도 되는지 먼저 체크한 것뿐인데..
라는 얼굴이었다. (소리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물론 나도 참지 못하고
"이상하다! 내가 먼저 물건 리스트를 보고 몇 건 추리면 그 물건 주인에게 연락하면 시간이 이렇게 걸리지 않을 거 아닌가?"
따지기 시작했다.
역시 직원의 표정은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표정이었다.
난 지인 손을 잡고 부동산을 나왔고 그날 다른 부동산 가는 것은 그만두었다.
생각이 복잡했다. 외국인? 아니면 한국인이라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나??
나중에 주위 일본 다른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나 혼자 생각해 본 결과
내 결론은 그 부동산 직원은 해당 부동산 체인의 매뉴얼을 그대로 따랐을 결론에 도달했다.
아마 다음과 같은 매뉴얼 프로세스였을 것이라고 본다.
방문한 손님의 원하는 물건을 잘 청취한다.
적절한 물건 리스트를 정리한다.
(특수 상황, 방문객이 외국인일 경우) 집주인에게 먼저 해당 물건을 외국인에게 소개해도 되는지 확인받는다...
(집주인 보여줘도 OK 확인받은 물건만 추려서) 물건을 손님에게 보여 준다. 조건 등을 확인한다.
손님이 그중 몇 물건을 꼽으면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건다. 아까 그 외국인이 당신의 물건이 마음에 들어 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말한다. 계약 진행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가??
주인의 코멘트를 토대로 방문한 손님에게 컨설팅한다..
하.... 방문한 손님이 외국인이 아니면 세 번째는 스킵하고 지나갔겠지..
여하튼 피곤한 일본! 매뉴얼에 살고 매뉴얼에 죽겠구나...
그 뒤 내 일본 지인이 먼저 알아본 월세 물건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현재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그 클래스는 여전할 것 같은데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