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았네

13. 너의 달은 어땠는지

by 게으른 기록자


엄마, 이 달이 우리 집에서 보던 그 달이야?

운 좋게 보름달과 함께했던 이번 여행. ‘발리 두 번째 집’에서는 특히나 예쁜 건물, 잘 가꿔진 정원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달을 보며 꿈이 아닌 가족의 건강을 빌기 시작한 건. 엄마랑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입원했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나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리던 그 시절부터였을까. 확실한 건, 이제는 ‘무엇을 이루게 해주세요’보다는 ‘건강하게 해주세요’라는 말이 마음속에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다.


비행기로 여덟 시간 떨어진 곳까지 와서 달을 보며 안녕을 빌었다는 걸 우리 아빠는, 엄마는, 동생은 알까? 멀리 떠나와서도 한국의 가족을 떠올리며 걱정하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당연하기도 하다. 무엇이 돼야지, 무엇을 이뤄야지 하던 젊은 날은 지나갔다. 어느덧 나와 가족의 건강을 염원하게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이는 아직 달을 보며 꿈을 꾼다. ‘소방관이 되게 해주세요’, ‘제빵사가 되게 해주세요.’ 그때그때 관심사에 따라 바뀐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나도 아이의 꿈을 함께 꾸게 되겠지? ‘우리 아이 바라는 대로 시험에 붙게 해주세요’ 하는 식으로.


그렇지만 나는 나의 꿈도 계속 꾸고 싶다. 피곤해도, 아이가 아파도, 시간이 없어도 쪼개고 쪼개 이 여행기를 적고 있는 것처럼. 더디게 갈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물론 건강을 바라는 건 앞으로도 계속 1순위가 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런데, 남편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빌긴 빌었을까? 안 빌었다면, 아이와 내가 소원을 빌던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나? ‘너의 달은 어땠는지’ 물어볼 생각을 못 했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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