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대체 왜 필요하냐구요?

인공지능 아바타, 온라인 신분증인 아바타와 프사가 만난 획기적인 기획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얼마전 메타에서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아바타를 만들었다. 메타버스에서 만들고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둔 아바타와 거의 비슷한 아바타가 생겨났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이모티콘 아바타는 오목조목 더 귀엽지만 임팩트는 없다. 메타의 발랄한 아바타가 너무 동화 속 요정 같지 않아서 좋았다.



스노우 AI 아바타: 실물과 가장 가까운 버전


인공지능 아바타가 대유행이다. 유저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본인과 닮은 얼굴도 간혹 있으나 대체로 안 닮았지만 예쁘다, 일부는 너무 안 닮아서 스킵했다 등등. 내가 저장한 사진은 100장 중에서 34장인데 닮은 사진과 그럭저럭 비슷한 분위기인 사진을 이틀에 거쳐 추려냈다.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프로필 사진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아바타를 생성한 직후 처음 받았을 때는 좀 충격적이었다. 보정 전 사진도 아니고, 가장 최적의 보정을 한 이미지인데도 어떤 아바타는 셀피에서조차 숨기려했던 나의 모습을 폭로하듯 너무 현실적이었다. 어떤 아바타는 합성 과정에서 굳이 숨기지 않는, 아니 숨길 수 없는(!)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깨진 이미지가 되었다.


적당히 나를 닮은 좀더 미인형의 얼굴인데도 버려야 했던 이미지들은 거의 다 입술과 치아가 동시에 존재했다. (응?) 내가 입력한 사진은 대부분 만개한 미소의 셀피였는데 인공지능이 내 거대한 치아를 입술로 착각한 것이다. 거대토끼같은 얼굴 중심 사진을 입력한 결과, 입술에서 앞니가 자라나는 디스토피아적인 아바타도 대량생산되었다.



스노우 AI 아바타: 과하게 미화하지 않고 일러스트 효과만 준 버전


번역기와 마찬가지로 AI 아바타는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으로 내가 쓴 글을 한영번역하면 갈수록 번역기가 진화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휴대폰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야 '한 to 영'번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치류의 일종인 '무생채'를 non-live, '먹는 무생채'를 eating abiotic이라고 번역해주던 5년 전의 인공지능은 의지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한자에 대한 이해도 없거니와, 내가 두 번 연속으로 모음을 헷갈리는 존재라고 생각(?)하다니 고얀 것.


아바타의 대유행과 함께 글쓰는 인공지능 이야기도 핫하다. 그러니까 '재미와 감동이 있는' 그런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글쓰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라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텍스트를 읽어보니 실용 작문을 대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융합지식은 어지간한 전문가들도 능가하고, 문장력 또한 일반인보다 훨씬 우수하다.


문어체든 구어체든 이제는 음성언어보다 문자언어를 위주로 출력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글쓰기는 '생존 기능'인데 (댓글과 DM이 소통의 핵심인 인스타그램만 봐도 그렇다.) 그에 비해 입력은 벌키한 텍스트가 아닌 유튜브 스낵영상 등으로 하다보니 요구되는 수준의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이와 같은 대필 시스템을 환영하는 동시에, 때로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한계에 절망할 것으로 보인다.



스노우 AI 아바타: 전체적으로 미묘하게 미화가 진행된 버전


온라인 세계에서 아바타와 필명은 필수다. 아주 심플한 게임이라도 하트(게임권) 교환과 순위 확인을 하려면 이름과 얼굴 그림(아바타), 즉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어플로 접속하는 게임은 애플 통합 게임 아바타 또는 페이스북 연결을 통해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과 동일시되는 계정을 활성화시키려면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실물과 매칭이 잘 되는 캐리커쳐), 실명(실명을 대체할 수 있는 예명), 간단한 자기소개가 첨부되어야 한다.


아직 친구들과 연결이 되지 않은 가입자가 '스팸'이 아니고, 친구라면 알아볼 수 있는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며, 설령 이름과 얼굴이 흔하더라도 그의 핵심 특징을 표기해서 식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프로필이다. 인스타그램 가입 초기에 어떤 (아마도 대학교 이전의) 친구가 내 실명을 언급하며 반갑다는 투의 댓글을 단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얼굴 사진이나 그림도 없고, 이름도 가명이었다. 대체 누구길래 아는 척을 하나. 본인이 반가워해도 내 입장에서는 누군지 알아야 반갑든지 말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많다.



스노우 AI 아바타: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버전


인스타그램을 개인 기록용으로만 사용할 생각이더라도 공개 계정에 해시태그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관심은 받겠다는 심리다. 계정을 비공개화는 방법을 모른다쳐도, 해시태그를 굳이 사용한 이유가 본인이 검색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별 이유 없이 그냥 따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귀찮지 않나? 내가 트위터를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자동반사적으로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내가 아는 바로는 검색을 '당하려고' 해시태그를 쓰는데 얼굴 사진은 없고 이름은 가명인 유저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정말 연세가 많으시거나 어리시거나 최근에 해외에서 오신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들의 특징은 텍스트가 지극히 정상이다. 한글 유저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20-30대에서 많아야 50대 정도로 느껴지는 한국어권 내국인(!) 말투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식별이 불가능한 프로필을 들고 오셔서 어떻게 소통을 하자는 말씀이신지.


그와중에 선팔이나 선댓글을 하고 소통을 갈구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그러니까, 소통의 의지가 있는데도 프로필을 안 꾸미는 분들이 있는 것이다. 저기, 그러니까, 아이덴티티를 좀 꺼내주시겠어요?


스노우 AI 아바타: 예상되는 2세의 (거대토끼 앞니를 포함한) 모습


디지털 원주민은 아니지만 디지털 1세대 또는 0.5세대인 올드 밀레니얼, 지금의 40대는 확실히 전무후무한 세대다. 그중에서도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편한 사람들은, 오히려 아날로그 세대인 70년대 이전 출생자들이 디지털을 '공부'라도 해서 접수하는 시대를 맞아 걱정이 많을 것이다.


내 친구들이야 나한테 물어보면 되지만, 내 친구가 아닌 이들은 어디가서 배우자니 창피하고 그냥 살자니 답답하겠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한가지 솔루션이 있다. 최대한 빨리 내 친구가 돼라. 그 전에 프로필 사진과 식별 가능한 이름, 짧은 소개를 장착하라.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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