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그만 마실게요.
저 취하면 큰일 나거든요.
마음속 한 구석에 굳게 잠가놓은 문이 있는데
문 앞에 보초를 선 애들이 헤롱헤롱 거리면
느슨해진 문이 빼꼼히 열릴 거예요.
그 문이 열리면 숨어있어야 할 감정들이 용기를 낼 텐데
대책 없는 용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잖아요.
걔들은 좀 오랫동안 갇혀있어서 질서도 없을 거구요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런 것도 없을 거예요.
억울하게 갇혀있던 탈옥수가 뭐 무서울 게 있겠어요.
걔들이 저한테 줄 망신을 생각해보세요
이불킥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동화처럼
뼈와 살이 생겨나고 부풀려져 기승전결을 갖춘 채
내게 되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남들 시선이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근데 남들 중에 딱 한 명,
신경이 너무너무 쓰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내 이야기는
그 사람만 모르면 되거나
그 사람만 알면 되거나
하는 것들 뿐이에요.
억울해요.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잖아요!
난 질투할 자격도 없잖아요!
아,,, 좀 취했나 봐요.
그 웃음,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까요?
그 잘난 척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알까요?
내가 어떤 얘길 이어가야 그대가 더 행복할지 생각해요.
내가 어떤 각도로 기울여야 더 예쁠지 고민해요.
예쁘져
저 기울어진 달이요.
뭐해요~ 잔을 더 채워봐요
달은 저리 계속 차 고 기 우 는 데
누구랑 그렇게 건배를 하는 거래요?
그러고 보니,
그래서 지구가 점점 취해가고 있었네요
그래, 만취와 숙취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
야, 그만해! 어지러워~~
놀이동산인 척하지 마~
알아요?
내가 왜 이러는지?
너를 취하게 하려고 이래요.
알아요?
난 알 것 같은데...
내일 아침,
미.치.도.록. 후회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