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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남미 자전거 여행 ② Perú

출발 그리고 페루 Cusco

by 임성모 Sungmo Lim


똥차에 짐을 한 가득 싣고 밴쿠버로 내려왔다. 샘 형의 도움으로 호텔을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소도시에만 있어서 그런지 밴쿠버의 네온사인이 영 어색했다.

며칠 간, 나름 도시 생활도 즐겼다. 한인 마트에서 쌀과 고추장, 라면, 참치 등의 비상식량도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대형 자전거 마켓에서 페니어 백 등 부족한 물품을 구입하고 조립해보며 스텝에게 한 번 더 물어본 결과, 힘들긴 하겠지만 지금의 자전거로 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자전거를 분해하고 박스에 담았다. 내일 페루(쿠스코)행 비행기를 탄다.




밴쿠버를 출발한 비행기는 콜롬비아의 보고타와 페루의 리마를 경유해 쿠스코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두 번의 경유지에서 다음 비행기가 모두 지연되는 바람에 항공사 측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식사는 최후의 만찬이 되었다.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계획적이어도 어긋날 것이다. 찰나의 아름다움이 있겠으나 이내 다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맞다. 이게 여행이구나. 난 여행하고 있구나.



0212. 1일 차. Cusco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찾고 자전거를 조립했다. 미리 예약했던 ‘사랑채’라는 한인 민박에서 이틀을 보낼 예정이었다. 조립 중 내 자전거의 프런트 랙 나사와 자물쇠 키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박스 구멍 사이로 빠져나간 것 같다. 당장 민박까지 가는데야 크게 상관없지만, 앞으로 어쩌지? 자전거 점포를 찾아야겠다



자전거 조립 중 모여든 직원들



진호의 자전거



지도를 보며 민박집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페니어에 짐 분배를 잘못했는지 자전 거는 타는 내내 뒤뚱뒤뚱 거린다. 한참을 헤매다가 행인에게 양해를 구해 휴대폰을 빌려서 민박과 통화를 했고, 곧 ‘사랑채’에 도착했다.




티코!!


한인 민박 '사랑채' 에서


마추픽추 가는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확인해 본다. 다행히도 마추픽추에 가 있는 동안에 자전거와 짐을 맡아 주시기로 했다.







쿠스코 광장을 돌아다니며, 여행 상품도 알아봤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도로가 최악이라는 핑계를 대며 지레 겁을 먹고서는 여행사와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155불에 왕복 버스와 기차, 1박, 마추픽추 입장권 등을 예약하였다.


아르마스 광장. 시티, 다운타운, 시내 뭐 그런 곳이다. .


남미는 열정적이구나




길거리 공연



믿음직한 선구자의 후기


더욱 믿음직한 직원의 제스쳐


광장 너머 산 꼭대기에 보이는 예수상에 가 보기로 했다.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에 입성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이라 그런지 도시 곳곳이 관광객과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 곳이 해발 3,400m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괜히 머리가 띵해진다. 한국 사람들은 쿠스꼬에 오면 한 번씩 웃을 일이 있는데 도로를 누비는 대부분의 택시가 그 이름도 찬란한 ‘티코’라는 것. 도시 곳곳에는 유럽에나 있을 법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나 집들이 즐비한데 고유의 잉카 유적들을 부수고 그 위에 재건축한 것이라 하니 스페인 해적 새끼들이라 하고 싶다.

한인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다른 여행객들의 얘기를 듣는데 이구동성으로 세계 속의 명소 중 어디를 갔다 왔으며, 얼마나 쌌는가에 대한 이야기뿐이라 듣기가 싫었다. 소주를 몇 잔 때려나 누어야 개인의 감성을 들려주려나.
성모는 오늘 쿠스코 꼭대기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진흙 바닥에 미끄러지는 꼴에 주변 사람들과 나는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네 엉덩방아를 시작으로 여행 시작이야. 힘들어도 웃음 일지 말자. 페루비언은 체형이 작고 잘 웃으며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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