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잡 이야기
뜨거운 열정, 냉정한 현실
캔들 수업과 출강은 홍보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한다. 공방을 오픈하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만들었고 사진 찍는 법도 배워가며 홍보에 열심이었다. '영어 가능한 공방'이라는 나름 유니크한 콘셉트로 외국인 여행자 대상 원데이 클래스와 출강을 시작했다.
처음 수업 예약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신기했고 출강 문의를 받을 때마다 신이 났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흘러 나름 보람찼던 한 해의 일정을 정리하며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던 중,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겼다.
상반기로 잡혀있던 센터 출강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공방 수업은 급증하는 확진자 수로 인해 자발적으로 폐강할 수밖에 없었다. 이참에 온라인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인증을 받았지만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판매 수입은 없는 상태에서 공방 월세는 꾸준히 나갔다.
냉정과 열정 사이, 새로운 기회
캔들 공방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국어 과외는 국내외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사용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국내에 있으며 대면 수업으로 진행이 되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코로나로 인해 수업에 타격을 받을 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코로나 이전과 이후, 학생의 수와 수입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는데 이는 바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수업은 대면으로만 진행이 됐었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시간의 제약과 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던 중,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바뀌었고 나는 의도치 않게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
주로 카페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나는 매장 이용이 금지되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이나 수업 연기, 혹은 환불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다.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겠다고 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업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었다.
비대면 수업은 나와 학생들 모두에게 처음이었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의외로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이동 시간과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을 뿐. 그 이유는 대면 수업에서 가르치는 방법과 사용하는 앱 모두 비대면 수업에서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페이스톡이나 줌을 활용하면 대면하듯 얼굴과 입모양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태블릿으로 문장을 써서 보여준 것처럼 비대면 수업에서도 실시간으로 함께 볼 수 있는 앱을 사용하여 문장을 쓰고 보여줄 수 있다. 숙제도 항상 온라인으로 업로드를 했기에 기존 방식 그대로 유지하면 되었다.
예전에는 휴가나 방학 때가 되면 몇 주에서 몇 달가량 수업을 쉬었었는데 지금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비대면 수업으로 지속할 수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가격리를 하거나 고향에 방문하는 경우에도 수업을 진행했고 나 또한 여행 중에 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그렇게 나는 의도치 않게 한시적(?)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