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장
“이제 노예는 자유민이다. 이제 곤궁, 자의 혹은 ‘파렴치한 유행’이 인간들 사이에 심어놓은 완고하고 적대적인 모든 구분들이 부서진다. 이제 세계의 조화라는 복음에서 각자는 자신의 이웃과 결합되고, 화해하고, 융해되어 있음을 느낄 뿐만 아니라, 마치 마야의 베일이 갈가리 찢어져 신비로운 ‘근원적 일자一者’ 앞에서 조각조각 펄럭이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웃과 하나가 됨을 느낄 것이다. 인간은 노래하고 춤추면서 보다 높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표현한다. 그는 걷는 법과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춤추며 허공으로 날아오르려 한다. 그가 마법에 걸려 있음이 그의 몸짓에 나타난다. 이제 짐승이 말을 하고 대지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것처럼, 그로부터도 초자연적인 것이 울려 퍼진다. 그는 스스로를 신으로 느끼며, 마치 꿈속에서 신들이 소요하는 것을 본 것처럼 그 자신도 황홀해지고 고양되어 돌아다닌다. 인간은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예술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원적 일자의 최고의 환희를 위하여 전체 자연의 예술적 힘은 여기 도취의 소나기 아래서 스스로 나타난다. 여기서 가장 고귀한 점토가 가장 값진 대리석, 즉 인간이 반죽되고 , 다듬어진다. 디오니소스적 세계 예술가의 끌 소리에 맞춰 엘레우시스의 비밀 종교의식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무릎을 꿇는가? 세계여, 너는 창조주를 예감하는가?” - 1장 p34~35 -
“그것이 바로 고통이 쾌락을 불러일으키고 환희가 가슴으로부터 고통에 가득 찬 소리를 자아내는 현상이다. 최고의 기쁨으로부터 경악의 외침이나 혹은 보상할 수 없는 상실을 갈망하는 탄식이 울려 나온다. 마치 자연이 개체들로 분할되는 것을 후회하는 것처럼, 저 그리스의 축제에서는 또한 자연의 감상적인 특성이 솟아 나온다. 그처럼 이중의 기분을 지닌 열광자의 노래와 몸짓 언어가 호메로스적인 그리스 세계에는 새로운 것이었고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디오니소스적 음악은 특히 그들에게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 2장 p38 -
"디오니소스적 주신가에서 인간은 자신이 가진 모든 상징적 능력을 최고로 고양시키도록 자극을 받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 마야의 베일을 파괴하고 종족의, 즉 자연의 수호신으로서 ‘하나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표현되기 위하여 밀려 나온다. 이제 자연의 본질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새로운 상징의 세계가 필요하다. 우선 입, 얼굴, 말의 상징적 표현뿐만 아니라 몸의 모든 부분을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춤의 몸짓까지도. 그다음에는 다른 상징적 힘들, 즉 리듬과 강약과 화음을 통한 음악의 상징적 힘들이 갑자기 격렬하게 솟아오른다. 모든 상징적 힘들의 이러한 총체적 발산을 파악하려면, 인간은 이미 저 힘들 속에서 상징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자기 포기의 높이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열광적 송가를 부르는 디오니소스 숭배자는 오직 자신과 같은 동류의 사람들에게만 이해된다. 아폴론적 그리스인은 얼마나 놀라서 그를 바라보아야만 했던가! ”
“그 광란의 축제에서 자연은 비로소 자신의 예술가적 환희에 도달하고, 그 축제에서 ‘개별화의 원리’의 파열이 ‘예술가적 현상’이 되었다. 육욕과 잔인함으로 이루어진 저 혐오스러운 마녀의 술은 여기서 효능을 잃는다. 디오니소스적 열광자의 정서 속의 신비한 혼합과 이중성만이 마녀의 술을 생각나게 한다. 마치 약이 치명적인 독을 생각나게 하는 것처럼. ” - 2장 p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