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의 시 '사랑의 발명'을 읽고
짙은 눈썹 아래에 그의 두 눈이 있다. 어리고 가난한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볼 때 가슴이 벗겨질 것 같다. 인형을 열면 조금 더 작은 인형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러시아 목각 인형처럼, 그의 눈 깊숙한 곳에 사리처럼 사랑이 실존할지도 몰라. 눈이 말보다 더 진실할 때 사랑이 그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믿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용한 말인지 아주 많은 사랑을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가영아. 그가 내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준다.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용한지 알게 된 후로도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때가 계속해서 생겼다.
그에게 사랑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내가 전부 가질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 눈을 열어젖히고 사랑을 만지려고 들 때마다 그가 잃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손을 뻗었지만 사랑을 만질 수 없어서 가질 수도 없었다. 허탈해하며 그를 쳐다봤는데 두 눈이 빨갛고 아픈 것이 되어 있었다. 내가 그를 후려친 자국들이 선명했다. 그는 사랑을 파먹으려는 괴물 한 마리를 보고 있었다.
그를 사랑히먄사 나를 발견한다. 밥을 먹을 때 뿐만 아니라 사랑을 먹을 때도 나는 폭식하는 인간이였다. 사랑에 관해서라면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다른 말을 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또다시 사랑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대신 나는 고기를 먹는 일을 포기한 것처럼 사랑을 먹는 일만은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사랑을 발명하지도 못하지만, 사랑이 먹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나는 네가 없어도 잘 살아보려고 애쓰겠다고 말했다. 또 나는 네가 있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나는 네가 내 옆에 있어서 열등하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고 싫은 사람 욕을 하고 신이 나면 호들갑스러울 수 있다. 네가 내 옆에 없다면 나는 열등한 채로 그것들을 연기할까. 아니면 ‘더는 못 살 것 같아서 곡기를 끊겠다’고 말할까.(이영광의 시 '사랑의 발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