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픈마음

마음 돌보기

by 김힝구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데, 그래서일까, 요즘 계속 허기가 진다. 근데 무엇이 고파서 허기가 지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식욕이 딱히 늘어났거나, 다이어트 등으로 먹는 양을 줄여서 느끼는 허기짐이 아니다. 근데 자꾸 허기가 져서 먹을 것을 찾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고픈 걸까, 마음이 고픈 것일까, 아니면 계절감을 느낄 새도 없이, 휙휙 지나가고 있는 날들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오는 허탈함일까,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날짜를 다시 한번 확인하니 벌써 10월 말이다. 아직도 23이라는 숫자가 낯선데, 23년도가 벌써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허해져 자꾸 뭔가가 고픈 것인가 싶다. 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얼마 남지 않은 23년 안에 제대로 소화하느라 이렇게도 허기짐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지인 중에 아주 예쁜 커플이 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아낌이 없음을 제삼자인 나도 느낄 수 있어,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주는 것에 재는 것이 없다. 내가 더 좋아함을 어필하기 위해, 투닥거리는 귀여운 웹툰을 본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을 보면, 그 웹툰을 보는 듯하다. 한 번은 'OO 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너를 만났잖아', 외적 모습이나 자기 사람을 대하는 마음 씀씀이를 보며, 내 친구에게 한 말이었다. 하지만 내 말에 대한 친구의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다시 한번, 친구에게 반했던 순간이었다. 'OO이가 아니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지, 내가 OO 이를 만났잖아.'


이런 말은, 어떤 인연을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아직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만남 뒤, 나는 진심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말로는 진짜 내 편을 만나고 싶다 하면서, 마음을 다해 관계를 맺기에는 겁이 났다. 그러다 친구에게 들은 그 말은, 내가 마음을 다했었는지, 일방적으로 내 편이 되어줄 사람만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간 내 마음을 다시 살펴보게 했다.

상대방과의 그 때, 지금이었을 그 순간에 충분히 집중했는지, 그 사람 자체를 수용하려 했는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진짜 나를 수용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니, 나는 그 관계성, 그것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과 내가 만나 맺은 그 관계에 두 사람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바라건대, 그 시간을 통해, 조금은 내가 성숙해졌기를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