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출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약속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by 김힝구


오늘 등산을 위해, 미리 맞춰 둔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이 소리를 알람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겨우 눈을 떴지만, 무겁기만 한 머리로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 소리가 무엇인지, 내가 왜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지조차도 말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려던 순간, 그제야 그 이유가 떠올랐다. 오늘은 아차산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계속 자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진짜 잠들어버렸다.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두 번째로 맞춰뒀던 알람이 울렸고, 사람들과의 약속,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 욕실로 향했다. 평소 이른 약속을 한 날이면, 잠결에도 벌떡 일어나, 먼저 고양이의 식기류를 씻어 놓고, 화장실 청소를 끝내놓는데, 오늘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내 몸부터 챙기기로 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힝구의 마실 물만 챙겨주고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지하철은 붐비고 있었다. 운동복 차림의 나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세상 속 사람들 같아 너무 낯설었다.

종종 평일 오전에 등산을 갈 때면, 그들과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선을 그은 듯,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멍한 상태여서라는 합리화를 하며, 아차산역에 내렸다. 다행히 10분의 여유가 있었고,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왜 이렇게 단톡방이 조용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역시 싸한 느낌은 틀리지 않는 것일까. 분명 어제 확인한 날짜는 오늘이었다. 아니 나는 계속 오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약속한 시각만 확인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다시 일정을 확인했고,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오늘 자 목요일이 아닌, 다음 주 목요일이었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요즘 내 정신상태가 이렇다. 멍하고, 무겁고 그래서 제대로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사고(思考) 기능을 상실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이 정도인 건가. 그러다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나를 탓하는 것도 그만하기로 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 혼자 등산을 할 것인지 생각했지만, 바로 아니라는 답이 나왔다. 제법 걸었음에도 힘이 생기지 않는 다리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함께라면, 으쌰으쌰 하며 가겠는데, 혼자 등산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 바로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며칠 전 찾아온 추위에 적응한 것인지, 딱 적당한 기온과 맑은 하늘이 오늘 하지 못한 등산을 아쉽게 했다.


급히 나가느라 힝구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니 벌써 들어온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힝구에게 내 상황을 하소연하듯 얘기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함에도 나를 빤히 바라보던 힝구가 벌러덩 배를 보이며, 온몸으로 나를 반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지쳐있던 몸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제대로 했구나. 무기력하게 있고 싶지 않았는데, 내 착각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하니, 오랜만에 아침밥까지 지어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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