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도 좀 더 추억을 소환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겨울의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여 그런 것인지, 연말, 끝이자 시작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 것인지 지나간 것들에 대해 떠오르는 일이 잦아진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그 식당은 그대로였다. 회사와 집 모두가 문정에 있어 송파구를 벗어날 일이 없었지만, 그곳 음식 맛이 좋아 어떤 때는 1주일에 두 번도 방문했던 곳이었다. 그 식당은 신당동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정에서 왕복 2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집, 맛을 볼 생각을 하면 멀다고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은 그곳, 분명 같은 장소였지만, 그날은 예전에 함께했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과 함께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음식 냄새를 맡자, 옛 기억이 떠올랐고 묘하게 허탈했다. 이곳을 알려준 사람도 함께했던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자 굳이 방문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DDP에 전시회를 보러 갔고, 그 근처에서는 딱히 아는 곳이 없어, 그렇게 다시 찾아간 식당이었다.
언제나 그 식당에서 약속이라면 기꺼이 참석했다. 유난히 추운 날이라서 또는 눈이 내린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았던 때도 겨울이었기 때문일까? 친구와의 식사를 마치고 나와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으니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다.
시절 인연이 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연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다. 그 기간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서로의 입장과 각자가 놓인 상황은 시절 인연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지나간 인연을 통해 우리에게 유효기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버스정류장에 놓인 의자는 구들의 형태로 만들어져 온돌처럼 따뜻하다. 따뜻함이 필요한 계절이다. 마음에도 온돌이 필요해졌다. 눈이 내려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 것일까. 스쳐 지나갈 그리움에 나는 온열 의자에 몸을 더욱 밀착시켜 몸에 온기를 더하려고 해 본다.
그날 다시 찾은 그 식당도 새로운 추억으로 덮여가고 있다. 유예기간처럼 오랫동안 옛 추억 속에 멈춰있다가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그리움이었던 이 장소에 새로운 기억이 추가되며, 이제 이곳을 떠올려도 묘한 쓸쓸함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