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물을 부르는 날씨라서

겨울에는 어묵 국물에 술 한잔

by 김힝구


날씨가 추워지는 만큼 내 비염 증상도 심각해졌고,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코안의 점막이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조여지는 것 같았고, 며칠째 답답한 코막힘 증상에 숨이 막혀 새벽 내내 잠들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밤마다 막히는 코는 답답함만이 아니라 묘한 두려움까지 주었다. 최대한 맨정신을 유지하고자, 약속을 제외하고는 혼술을 자제 중이다. 약속 자리에서도 정신이 알딸딸할 것 같으면, 더 이상의 음주는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또, 나름의 글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낮에도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여파를 줄 수 있는 잦은 음주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기온은 뚝뚝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은 더욱 거세져 갔다. 살면서 내 몸에 각인된 한 가지 사실은 겨울에는 뜨끈한 무엇인가를 필연적으로 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침, 내가 활동하고 있는 모임 채팅창에서 어묵꼬치를 주메뉴로 하는 약속이 생길 것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고민은 잠깐이요. 나는 빠르게 그 약속에 참석하기로 정해버렸다. 이것은 으슬으슬해진 날씨가 뜨끈함에 대한 본능을 일깨운 탓이다. 사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할 술 한잔, 그 맛의 조화도 놓칠 수 없었다.


절대 술꾼은 아니다. 그저 겨울이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던 어묵 국물의 맛을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이며, 모락모락 뜨거운 국물에서 피어오를 연기에 몸을 녹여가며 보낼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리웠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난 후, 밖에서 잠시 볼일을 보며 하는 사람들과 짧은 대화와 힝구를 향한 일방적인 말들로는 하루 대화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고팠다. 거기에 술도 조금은 고팠다.


그렇게 다녀온 술자리는 으슬으슬한 몸을 녹여줄 만큼 뜨끈했다. 사람들과의 잠깐의 만남은 내 마음에 영양제를 공급해 준 것처럼, 메말랐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었다. 마음이 유연해지자, 굳어있던 내 글쓰기도 조금은 말랑해진 기분이 든다. 앞으로 눈이 내릴 날이면, 또 나는 뜨끈한 기운을 찾아 누군가와 술 한잔 기울일 것이다. 그렇게 말랑하게 뜨끈해졌을 속을 가지고 이 추운 겨울날들을 보내겠지. 그런 날들이 제법 자주 왔으면 좋겠다. 겨울은 뜨끈한 국물로 차가워진 속을 데우기 딱 좋은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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