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이 던진 질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y 블리

대학원 마지막 4학기, 나는 학점교류 수업을 들었다. ‘청소년 정책론’과 ‘청소년프로그램개발과 평가’. 이름만 들어도 실무와 바로 맞닿아 있는 알찬 구성의 수업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만약 내가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10만 원이 주어진다면 어떤 활동을 기획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안해보는 과제였다. ‘나만의 기획’을 만들어보라는 그 미션은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어떤 내용으로 제출했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10만 원은 청소년에게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단순히 물건을 살 수도 있지만, 작은 자본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료비만 있으면 가능한 비즈공예. 팔찌, 반지, 목걸이처럼 자신만의 디자인을 담아 만들 수 있고, 조금만 감각이 있다면 소규모 판매도 가능하다. 작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나만의 창작 사업’이 되는 셈이다. 10만 원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니, 기획자로서의 마음이 조금 설렜다.


하지만 꼭 상품화만이 답은 아니다. 만약 나에게 10만 원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또 많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 프로그램도 떠오른다. 씨앗을 심고, 싹이 트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몸으로 경험하는 일. 기다림과 생명의 변화를 그대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청소년에게 주는 배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 환경 활동을 하고 있으니, 환경 키트를 직접 제작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작은 환경 단체로 확장하는 상상도 해본다.


고작 10만 원일지 모르지만, 생각을 조금만 열어보면 그 안에서는 훨씬 더 큰 자산이 만들어진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청소년들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도전할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기획 수업이 좋았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그 사례를 ‘나라면 어떻게?’라는 관점에서 직접 풀어볼 수 있었던 점. 그 힘은 앞으로 청소년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도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프로그램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작은 목표들의 모음이고, 사업은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성을 말한다. 따라서 좋은 프로그램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점검하며, 평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청소년지도사는 결국 기획자다. 청소년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수단을 만들고, 그 수단 중 하나가 프로그램이다. 지역과 기관, 환경에 맞게 조정하고 실행하는 능력—그것이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이다.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나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그 프로그램을 추진할 역량이 충분한가?
기획자로서의 눈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여운이 오래 남았던 수업이었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기획자로서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값진 시간. 지금도 가끔 그때의 질문들을 떠올리며 나의 다음 프로그램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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