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지은 Nov 17. 2019

작가노트

그리고 남은 이야기

나는 내가 만난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 글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저울질할 사람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밀지는 알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편향된 생각일 뿐이니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며 진심과 메시지를 담는다는 것.
과연 나의 비루한 문장으로 그 일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나는 왜 그토록 하고자 했을까.

2019. 2. 13. [손끝이 무거운 날] 중에서


프롤로그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 인터뷰 작업은 2018년 3월, 브런치에 쓴 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그 무렵의 나는 대규모 단톡 방에 속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동물권 단체 임원들을 비롯해서 소규모 단체, 개인 활동가들이 그 단톡 방 멤버였다. 나는 스스로를 동물권 활동가나 동물권 운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그 단톡 방 멤버가 되어 몇 개월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외되고 버려진 동물들이 고통받는 구조현장의 최전선에서 한 마리라도 더 구해보겠다고 애를 쓰는 그들이 존경스러운 만큼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나도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유의미하다고 생각한 일이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이 글 쓰는 노동력이니 재능기부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인터뷰 신청을 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만남을 가졌다. 그렇게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훈훈한 마음에 가슴이 벅찼고 글이 술술 써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서두에 인용한 글은 이 인터뷰 글들을 쓰면서 힘들었던 나의 푸념이었다. 이 글을 썼을 때 나는 이미 한참 전에 다 써놓은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작업하고 있었다. 그게 2월의 일이었고 5월이 되어서야 '그나마 봐줄 만한' 초고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는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덮어두고 시간을 보내다가 이따금씩 다시 원고를 들춰보았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에 꺼내놓지 못했다.


내가 쓴 글인데 왜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시간을 두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반려동물의 이야기보다 작가의 사족이 더 많은 게 문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10만 자 분량의 원고를 다시 뜯어고쳤고, 그러다가 가을이 왔다.


아직 공개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읽히기 쉽도록 조금씩 다듬고 정성껏 그림을 그려 세상과 만나게 해주고 싶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따스한 심장을 가진 당신께 닿기를 소망하며.



글 / 자유지은

이전 09화 고양이 집사가 얼마나 힘들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