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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Sep 22. 2018

조금 손해봐도, 미워하지 않는 게 낫다

분노사회에서 마음을 지켜내기


절대 기쁨으로 가닿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설렘이 즐거움이 되고, 그리움은 반가움이 되고, 배려도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분노와 짜증, 증오 등은 기쁨에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들은 타인 또한 아프게 한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는 말처럼 미움과 분노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상대가 나를 가시 돋친 마음으로 대했는데, 내 쪽에서 너 그럽게 대하기란 물론 쉽지 않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미움을 키우는 일에 쉽게 동조하곤 했다. 누군가 툭 내뱉은 말 속에 담긴 빈정댐을 참을 수 없어, 웃으면서 헤어졌다가도 금세 불쾌해졌다. 상대는 이 자리에 없는데도 그 미움을 내가 고스란히 전해 받아 나 자신 안에서 미움을 키웠다. 



분노의 쳇바퀴를 끊는 법


인간의 여러 감정 중 ‘분노’라는 것은 발화되는 순간부터 점점 커지기만 할 뿐,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아킬레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아가멤논과의 불화가 씨앗이 된 싸움은, 아가멤논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다시피 한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분노로 인해 전쟁에 참가 하지 않자, 친구가 대신 출전했다가 죽임을 당한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더 큰 분노에 휩싸인다. 친구를 죽인 헥토르를 향해 엄청난 증오가 불타올랐고, 원수를 갚으려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를 저지한다. 그때 어머니에게 아킬레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분노는 현명한 사람도 거칠게 하고,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연기처럼 커져갑니다. 꼭 그 처럼 저도 인간들의 왕 아가멤논에게 분노했지요. 
- 호메로스, 《일리아스》 중에서 



그는 기어이 헥토르를 죽이고 마차 뒤에 매달아 잔인하게 끌고 다녔다. 분노가 더 큰 분노를 불러와 극악무도한 일로 이어진것이다.그런데 이 분노의 쳇바퀴를 끊은 것은 뜻밖에도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아킬레우스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고 아들을 죽인 그 무시무시한 손에 입 맞추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아들의 시체를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놀랍게도 그제야 아킬레우스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휴전을 선언한다. 멈출 줄 모르던 분노를 잠재운 것은 더 강력한 분노가 아니라 결국 프리아모스의 낮은 자세였다. 


예기치 못하게 사람들의 짜증이나 격노를 맞닥뜨릴 때가 있다. 여기에 휘말리면 어느새 우리는 기쁨이 전혀 없었던 사람처럼 미움의 쳇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감정은 어 떤 문제를 해결하지도, 상황을 개선하지도 못한 채 도미노처럼 주위 사람들을 넘어뜨리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분노의 관성을 밀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먼저 상대의 언행과 나의 감정이 분리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내 감정이 늘 상대의 자극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도 나의 마음은 나의 것이다. 



내 기쁨을 빼앗기지 말자


개인적으로는, ‘조금 손해 봐도 기분 덜 나쁜 게 낫다’는 생각이 불필요하게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대신 내 기쁨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 사람의 어두운 감정에 똑같이 반응하면 그게 더 손해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일희일비하는 사람에게 장단 맞추듯 계속 좌지우지된다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것일 테니까. 특히 타인이 방어적으로 표출하는 자기애적 분노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은 자존감이 위협 받는다고 느끼면 습관적으로 공격적 태도를 취하고, 상대를 평가절하한다. 타인의 말, 특히 비판과 평가에 지나치게 취약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이 자기애적 분노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습관 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반응, 특히 격한 반응은 상대방의 문제가아닐수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투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간을 들여 살펴볼 일이다. 투사는 내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타인의 것으로 돌려버리는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그렇게 자신을 살펴본다면, 자신이 의도치 않게 불화의 씨앗이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악순환을 키우지 않는 것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휘말리지 않고 나의 행복 에너지를 지켜내는 일이다. 가시 돋친 감정을 되돌려주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내 안에 불쑥 자라나는 감정이 타인을 찔러대기 전에 마음을 살펴보는 것. 그리하여 행복에 서 멀어지려 할 때마다 한 발 먼저 성큼 다시 다가서는 용기. 결코 쉽지 않지만, 요즘 같은 분노 사회에 꼭 필요한 행복의 전략이 아닐까. 



끝.


위 글은 책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중에서 '조금 손해봐도 미워하지 않는 게 낫다'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이번화를 마지막으로 위클리매거진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는 끝이 납니다.


책에 있는 여러 글들 중 일부만 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늘 어떤 부분을 올릴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모든얘기를 다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번 매거진이 끝나도 기회가 되면 책의 내용 중 공유하고 싶은 부분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가끔 들러주셔요. 늦지않게 또 다른 이야기로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정돈되지 않은 생각이나 짧은 일상 기록을 이따금씩 블로그에 담아두는데요, 세련된 글들은 아니지만 저의 종잡을 수 없는 내면을 자유롭게 끄적거리는 곳이랍니다.   주소 ㅣ https://gamja206.blog.me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는 쓰는 내내 저에게 기쁨을 주었고(물론 글을 완성하는 일은 괴로움을 살짝 동반했지만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그 책이 이곳저곳으로 가서 다른 분들에게도 기쁨이 되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연재되는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얼마전 인터뷰를 하고서 사진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쑥쓰럽지만 인터뷰는 여기에..  '채널예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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