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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4. 2019

쾌락이 우리를 속인다

우리는 어쩌다 '돈이 많이 드는 마음'을 갖게 되었나



달고나는 또 다른 달고나를 부르고


어렸을 때 달고나라는 과자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달고나를 ‘똥과자’라고 불렀는데요. (‘뽑기’라고도 하지요) 100원이 있으면 달고나를 두 번이나 만들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달고나를 먹으러 갈 생각에 흥분했다가, 맛있게 먹고 난 후부터는 다음을 또 기대하곤 했지요.


출처. 시티 21 뉴스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달달함은 50원짜리 달고나에서  이제 5천 원짜리 바닐라라테로 변했습니다. 때때로 더 비싼 초콜릿 케이크를 먹어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요즘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값비싼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맛집, 여행, 고가의 옷과 가방들이 그렇죠. 쾌락을 주는 것들은 시험 합격이나 취직, 승진 등 목적을 달성했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맛있는 것을 입에 넣었을 때처럼 즐거움을 줍니다.


즐겁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매일매일이 즐거운 삶이라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즐거움을 쫓게 만드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도파민’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뇌 속의 신경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무언가를 갈구하게 하는 행동을 촉진시킵니다. 맛있는 음식이나 갖고 싶은 옷과 가방 같은 물건이 획득되면 도파민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도파민 수준이 떨어지면 실망과 불만족 같은 불쾌한 감정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는 순환구조입니다.


또 기대할 때에는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상상하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뿐만이 아니라 취업만 하면 몹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은 현실,  오랫동안 고대했던 친구와의 여행이 싸움으로 막을 내린 경우 등도 그렇죠. 그러면 당연히 도파민 수준이 떨어져서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고 더 큰 즐거움을 줄 달고나를 찾아 나서는 겁니다. 



즐거움의 함정


눈치채셨겠지만 이 즐거움에 함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쾌락이 일시적이라는 것이고(쾌락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은 일시적입니다), 두 번째는 더 큰 쾌락을 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뇌가 가진 특성 때문인데요. 


문화 진화론자인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쾌락이 왜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뇌의 설계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뇌는 유전자 전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많이 하게 해야 합니다. 생존하고 종족을 번성시키기 용이한 행동을 추구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는 입장이지요. 그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한 세 가지 기본 원칙은 이렇습니다.


1. 목적을 달성했을 때 쾌락을 느껴야 함

2. 쾌락이 영원히 지속되면 안 됨  
    ->지속되면 다시는 그 행위를 안 할 테니까

3. 쾌락이 곧 시들해진다는 사실보다 목적 달성으로 인해 쾌락이 따른다는 사실을 더 크게 인식해야 함
    -> 곧 시들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행동을 주저하게 되니까


원시시대의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면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는 식사하기 또는 섹스하기였을 겁니다. 이 두 행위는 곧 생존과 종족보존에 직결되는 행위이죠. 이 두 행위를 했을 때 쾌락이 있어야 ‘갈망’할 것이고, 그 즐거움이 금세 시들해져야 다시 그 행위를 원하게 되겠지요. 또 쾌락이 시들해진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적당히 어리석어야 다시 ‘먹기’와 ‘섹스하기’를 시도하려들 것입니다. 덕분에 성공적으로 인류는 유지가 되었네요. 우리의 존재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고요.


현대에 와서는 쾌락을 주는 행동이 쇼핑, 게임, 유튜브, sns,여행 등으로 다양해진 것일 뿐 즐거움을 쫓는 뇌는 여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원하고, 성취하고, 또다시 갈망하는 쳇바퀴를 달릴 수밖에요. 목표를 성취하거나 값비싼 물건을 어렵게 손에 넣어도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뇌는 다시 다음의 즐거움을 갈망하도록 되어있으니까요. 달고나는 더 큰 달고나를, 구두는 더 이쁜 구두를, 좋아요는 더 많은 좋아요를, 레벨업은 더 높은 레벨업을 원하게 되는 거지요.


결국 즐거움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불만족’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이 곧 괴로움입니다. 이런 식이죠.


A. 갈망하는 것 – 안달 남 -괴로움
B. 갈망하는 것을 얻지 못함 – 괴로움
C. 갈망하는 것을 얻음 – 언젠가 끝남 – 괴로움
C’ 갈망하는 것을 얻었으나 기대에 비해 부족함 - 괴로움 


그리고 A, B, C, C’의 패턴 모두 다시 갈망하는 쪽으로 나아가지요. 다시 초콜릿에 손을 뻗고 좋아요를 이끌어낼 아이템을 찾고, 다음 여행지를 검색합니다. 이 것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일 겁니다. 무언가를 성취해서 얻고자 하건, 소유해서 얻고자 하건, 그것이 완전한 만족에 이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돈이 많이 드는 마음


여덟 살짜리 아이가 달고나를 쟁취하고도 또다시 달고나를 먹고 싶어 하는 것처럼, 명품백이나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리 고가품을 손에 넣어도 우리는 충족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즐거움을 두고 우리는 ‘행복하다’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요즘은 워낙 소비가 높아진 데다 sns 등으로 타인의 즐거움을 쉽게 공유하다 보니 자극으로 인한 소비도 많아졌습니다. 무언가 원할 수밖에 없는 자극들이 늘어났으니, 당연히 더 원하겠지요.  하지만 즐거움의 함정에 따라 계속해서 갈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 원하는 사람'으로 진화해 갑니다. 지금 원하는 그 물건을 손에 넣어도 결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요.


값비싼 것을 먹고, 값비싼 것을 걸쳐야 만족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정말 ‘돈이 많이 드는 마음’입니다. 현대인의 마음은 어쩌다가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마음이 돼버린 걸까요. 씁쓸한 사실이지만, 즐거움을 쫓는 가엾은 짐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뇌가 어떤 식으로 우리를 속이는지 알았으니, 즐거움의 함정에 놀아나지 않고 평온함을 찾도록 해야겠지요. 돈이 많이 드는 마음이 아니라, 어디서든 공짜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말이죠. 자꾸만 무언가를 갈구하는 마음에서, '지금, 여기'에서 만족하는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차근차근 얘기해보도록 해요.


물론, 여기 글을 쓰고 있는 어리석은 짐승은 오늘도 쵸코과자에 손을 뻗고 있긴 하지만요.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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