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령 Nov 14. 2019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안 될 리가

괴로움과 통제력의 상관관계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괴롭다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대개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가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내 마음’이죠. 우리는 무언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래처럼 내 의도대로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그런 경우죠.


-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내가 싫은데 자꾸 눈치 보고 움츠러듭니다.
- 실패의 경험을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계속 주저앉아 있습니다.
- 헤어진 애인을 쿨하게 잊고 싶은데 마음은 자꾸만 연연합니다.


 이처럼 ‘원치 않는데 그렇게 되는’ 경우, 즉  통제할 수 없는 모든 상황에서 괴로워집니다. 이렇게  괴로움의 상당 부분은 ‘통제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통제할 수 있을까요.


그전에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어디까지를 내가 바꾸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 많은 괴로움이 불가능한 영역을 내뜻대로 돼주길 바라는 데에서 생겨납니다. 내일이 월요일이라고 짜증내고, 날씨가 너무 덥다고 짜증내고 성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부부 싸움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도 날씨도 타인의 성격도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요.


그래서 정리해봅니다.


바꿀 수 없는 것 : 타인, 가족, 시험 결과, 떠나간 애인의 마음, 날씨, 과거... 시간... 우주


맞습니다. 거의 모든 것입니다. 세상이 굴러가는 것 자체가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도대체 바꿀 수 있는 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써볼 수 있겠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 : 나


너무 당연한 얘기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전전긍긍하거나 분노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문제 삼고 갈등을 빚고 불만스러워합니다. 마치 세상과 사람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나’에 대해서는 오히려 바꿀 수 없는 것인 양 행동하고요.



타인은 나를 괴롭게 할 수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타인은 나를 괴롭게 만들 수 없습니다. 괴로움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지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은 내 감정의 통제력을 상대에게 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의존’이라고 합니다. 내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맡겨져 있는 상태예요.


타인에게 의존할 때 마음이 안정될 수 없는 이유는 완전히 내 통제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구가 많은 엄마 때문에 고민이 많은 제 친구는 엄마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불안하다고 합니다. 전화가 와서 전개될 상황을 잘 다룰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 통제권을 내어준 거죠. 통제권이 상대에게 가 있으면 우리는 언제고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요. 신경심리학자 릭 핸슨과 리처드 맨디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고통 그 자체 때문에 고통받는다. 아픔, 분노, 죽음에 고통받고, 눈을 뜨면서부터 갖가지 고통 때문에 불행하며 매일매일이 불행하다. 이런 고통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행과 불만족에 해당하는데, 이는 뇌에서 형성된다. 즉 고통은 대개,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준다.

-릭 핸슨, 리처드 맨디우스 < 붓다 브레인>에서-


어쨌거나 우리는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나’라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엄밀히는 나의 ‘뇌’ , 나의 '마음'이겠지요. 그럼 이제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면 되겠네요. 그래야 어떻게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어떻게 덜 괴로울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뇌가 어떻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뇌를 어떻게 통제해서 마음을 제어할 수 있을지 이해하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뇌에서 통제력을 담당하는 부위는 ‘전전두엽’입니다. 계획을 세우거나 미래를 위해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 또 감정조절 등을 맡고 있죠. 뇌의 사령관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전두엽의 기능을 발달시킬수록 마음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전전두엽 피질을 발달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이, 이전에 말씀드린 마음 챙김(Mindfulness)이고요.-마음 챙김 바로가기).  마음 챙김을 통해 마음의 방향키를 잡고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지요. 모두들 경험하는 것처럼 내 마음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핑크색 부위가 전전두엽. (이마를 만져보시오. 그 뒷부분에 전전두엽이 있을 것이라오. 출처thescienceofpsychotherapy.com)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동시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내 마음'


엄밀히는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마음에 대해서 통제력을 완전히 쥐고 있는 상태는 아니거든요. 원치 않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요.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신다면 '흰곰을 생각하지 마'라고 마음에게 시켜보세요. 말을 잘 듣나요?)


 하지만 마음 챙김을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조금씩 힘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점차 내 마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어요.


무엇보다  '내 마음은 애당초 내뜻대로 움직여주는 녀석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셨다면, 그 자체로 이미 통제력을 어느 정도 획득한 셈입니다. 생각을 통제하려고 할 때보다 생각을 가만히 놓아둘 때 원치 않는 생각을 흘려보낼 수 있거든요. (머릿속에 떠오른 흰곰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러면 곧 사라 질 겁니다.)


나쁜 소식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이라는 정글에서 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역설적으로 참된 권력을 쥐는 첫걸음이라는 점이다.

-로버트 라이트 <불교는 왜 진실인가>에서 -



출처. pennsylvania Liquor Control Board.


어쨌거나 이 세상에서 내가 운전대를 잡고 살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라는 것. 그것 하나만 기억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잘 알려진 기도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라인홀드 니부어 <평온을 구하는 기도>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959595?OzSrank=1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990586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050301&barcode=9788957361238&orderClick=LBS


이전 01화 현대인의 이유있는 괴로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