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하는 마음챙김 기술
<휴식의 기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휴식에 서툴러요. 적당히 살기도 어려운 사회에서 늘 성취에 대한 강박, 자기 계발에 대한 의무감에 쉼 없이 엔진을 돌리죠. 거기에 휴식마저도 '잘'해야만 하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휴식은 쉼입니다. 여백의 시간입니다. 일상의 일부가 아니라 일상에서 분리되어 나와야 하는 거죠.
저는 입시, 학업, 취업 등의 과제 앞에서 늘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자주 넘어지고 걸핏하면 동굴 속에 들어가려고 했어요. 이 마음이란 놈이 늘 발에 치이는 돌멩이처럼 걸리적거렸습니다. 그렇게 심약하고 쭈굴쭈굴한 마음을 데리고 다니며 늘 소진된 상태로 있다 보니, 이게 '휴식'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관리한다는 건 결국 마음에게 적절히 휴식을 주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마음을 쉬게 함으로써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테고요.
20대부터 마음을 돌보기 위해 '불안'에 관한 책을 모조리 읽는가 하면, 명상, 요가, 달리기, 심리상담 등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다양하게 해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명상'이에요. 지금도 매일매일 명상을 하고 있고요. 명상은 마음챙김의 최적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마음챙김과 호흡명상이 마음의 힘을 기르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내 마음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주의력이 길러집니다. 그중에서 호흡명상*은 오로지 한 가지, '내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주의력을 훨씬 강력하게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렇게 주의력의 힘을 기르면 상념이 사라져 그 자체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주의를 가져다 놓을 수 있는 힘,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길러지면서 나를 괴롭히는 생각에 노출되었을 때 금방 빠져나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산만해지는 빈도가 낮아지고, 불편한 감정에서 힘들이지 않고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호흡명상이 호흡에 집중하는 것으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라면, 독서 또한 문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는 일종의 명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흡명상이 단 5분만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주는 것처럼 독서 또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처음부터 독서를 포기해서는 아니 됩니다..
독서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음이 산만하고 싱숭생숭할 때 우선 좋아하는 책을 고르세요. 그리고 책을 펼치세요. 한 문장 씩 마음을 기울여 읽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몇 줄 안 가서 걱정거리로 주의가 빠지겠지요. 싱숭생숭하게 하는 그 문제가 계속 떠오를 거고요. 괜찮습니다. 내가 그 생각에 마음이 뺏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다시 문장으로 돌아오세요.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다시 첫 문장으로 되돌아가면 됩니다. 빨리 읽는 게 목표가 아니니까요. 10분 아니 5분도 좋습니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겁니다.
어때요. 어렵지 않죠. 그런데 꼭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완독해야 한다.' '빨리 읽어야 한다'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마음의 휴식일뿐 독서로 만리장성을 쌓을 게 아니에요. 독서로 마음의 휴식을 가지려고 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자꾸만 일을 하는 방식을 독서에 적용시키려 들 것입니다. 책으로 무급노동하지 마세요.
결국, 바쁜 일상과 이런저런 심란한 문제들로부터 빠져나와 의식을 책 속에 잠깐 머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할 때면 언제든 일상에서 잠깐씩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 우리 마음은 안전해질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못 이겨 술과 담배로 도망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책으로 휴식하는 게 습관이 되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후유증이나 죄책감도 없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이 좀 더 단단했더라면 더 멋진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더 많은 걸 성취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렇지만 그건 제가 아니겠지요. 또 정도만 다를 뿐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살아갈 거고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이 나를 위태롭게 만들 때, 독서처럼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그 습관으로 도망쳐 나를 다시 일으키면 그만이니까요. 기분은 언제라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어두워질 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우산이 있고, 불을 밝힐 수 있는 지혜도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일상과 분리되어 쉬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상이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책을 통해서 잠깐씩 쉬어가세요. 그러면 명상만큼이나 마음에 큰 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진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 후 씩씩하게 다시 '해야 할 일'로 돌아가세요.
구독자분들의 고요한 휴식을 응원합니다.
[*호흡명상 방법]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분명히 몇 초 지나지 않아 상념이 떠오를 겁니다. 괜찮습니다. 호흡이 아닌 샛길(상념)로 빠져들었다는 걸 알아차리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세요. 샛길로 자꾸 빠진다고 해서 '나는 명상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난 글렀어!'라고 스스로 타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오래오래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나. 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습니다. 마치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집 밖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다음날 집 밖을 나가 놀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하는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의 주의력은 계속해서 떠돌 것이고, 상념들은 계속 떠오를 것이고, 이런저런 감정들이 불쑥불쑥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세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계속 샛길로 벗어난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도 없어요. 5분 혹은 10분만이라도 정해진 시간 동안만 계속 '알아차림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 작업이 반복될수록 주의력을 내 의도대로 쓸 수 있는 힘이 길러집니다. 집중력이 길러집니다.
아마 이런 과정이 반복되겠지요.
"호흡에 집중한다. - 좋아하는 철수가 생각난다. - 엇. 호흡에서 벗어났네.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야지 - 호흡에 집중한다. - 어디서 삼겹살 냄새가 나는 것 같네? 삼겹살 먹고 싶다. -엇 샛길로 들어섰군.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야지 - 호흡에 집중한다. - 내일까지 과제 제출해야 하는데 다 할 수 있을까 - 벗어났네. - 호흡으로 돌아가야지."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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