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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7. 2019

친절부터 내려놓읍시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순간 감정은 차단된다.


마음챙김이 아닌 것


미국의 작가 루비왁스는 마음챙김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을 책에 담으며  '마음챙김이 아닌 것 리스트'를 써두었습니다. 그 리스트의 첫 번째가 바로 '친절한 사람 되기' 였어요.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행동이  마음을 돌보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마음챙김이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도 없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면, 친절한 사람 되기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어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과 다름없지요. 마음챙김이 자신에 대한 관대함으로 이끄는 반면, 친절에 대한 강박은 자신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안에서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가 일어날 것이고요.


친절이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네. 타인에 대한 배려로서의 기본적인 친절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남에게 좋은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으로서의 친절은 다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의 오류


심리학자 돌리 척(Dolly Chugh)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놓아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유 중에 하나는,  '좋은 사람'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에 대한 문제 때문인데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사람들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날카로운 기준이 존재합니다.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성실한 사람 아니면 나태한 사람' 이런 식이죠. 때문에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 나쁜 사람에 속해 버릴 테니 그 불안감으로 인해 더더욱 애쓰게 되는 겁니다. 무의식적인 반응이라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질문합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요.'라고요.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이 각각 다르죠.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버릴지도 모르고요. 그런 주관적인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은 가혹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그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려 노력하다가 당신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지고 말 거예요.  


그렇기에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연기를 멈추고, 진실되게 행동하면서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 되는 것이죠. 솔직해지지 않으면 진짜로 나아져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 길이 없으니까요.


다수가 인정하는 꽤 괜찮은 사람조차 실수를 하며 살아갑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우리는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대신 그 실수를 인정하고 나아가느냐, 멈추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느냐는 다를 겁니다. 어느 쪽이 되고 싶으신가요.


욕먹는 게 두려워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욕먹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낫겠죠. 그런 '욕먹고 조금씩 나아지기'가 쌓여서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테고요.




사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고
위험영역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지 않습니다.

-Dolly Chugh-




차단된 내 감정과 욕구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의 핵심 문제는 우리 마음을 괴롭게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더 나은 나'는커녕 마음이 다치기까지 한다는 거죠. 마음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왜냐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순간 나의 감정과 욕구가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포커스는 타인에게로 맞춰져 있고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었기에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 욕구에 대한 알아차림을 놓아버리는 순간 마음은 위험해집니다. 나의 진짜 감정과 욕구는 억제되겠지요. 그런 식으로 좋은 관계는 유지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타인의 애정을 얻어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억제된 감정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에요. 감정의 억제는 좋은 관계의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병들어가는 지름길이에요.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은 나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사람들을 통해 수많은 자극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에 따라 여러 감정이 반응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특히 더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어떤 욕구가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해요.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느라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위해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대단한 사람도 하찮은 사람도 없어요. 때때로 실수를 저지르고, 때로는 약속을 어기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에요. 그러니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에 나를 가두고 괴롭히지 마세요. '형편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어요. 대신, 기꺼이 실수하고 욕먹고 그로부터 배워서 나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세요. 그건 지금의 나 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겁니다. 성장하는 길이에요.



그렇기에 다시 한번 당부드려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애써 친절한 것이라면, 바로 오늘, 친절부터 내려놓읍시다.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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