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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7. 2019

우울과 분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자책을 멈추고 단지 관찰하세요

기질을 이기는 뇌의 유연성


안타까운 소식과 희망적인 소식을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은 상대적으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똑같이 슬픈 일을 겪더라도 우울의 강도가 더 높고, 공감능력이 높아서 남의 고통까지 내 고통으로 느끼고, 감정의 동요를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죠. 자존감이 낮은 것도 여기에 영향을 줄 것이고요. 아무튼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훨씬 민감하게 일어나서 상대적으로 사는 게 녹록지 않은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요.


그러면 유전자를 탓해야 하는 걸까요. 기질을 바꿀 수는 없을 테니까?


희망적인 사실을 말씀드리면, 이 취약한 영역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습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 신경가소성이라는 뇌의 특징 때문인데요. 뇌가 유연하고 순응적이기 때문에 경험에 의해서 변화된다는 성질입니다. 다만 '노오력'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우리는 태어난 기질에 따라서 익숙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성장환경에 따라서 나의 취약성이 더 견고해졌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겁이 많아서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다 보니, 계속 경험이 제한되어서 더더욱 소심한 성격이 되는 것처럼요. 하지만 의식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연습하면 그쪽으로 신경회로가 새롭게 형성되고 더 반복하다 보면 그 회로가 강해집니다. 그러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뇌신경에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마치 짐승을 조련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습관을 만들어 뇌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단련시켜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내게 이로운 반응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우울에 취약한 사람을 예로 들면, 자기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기존에 있을 거예요. 스스로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자동적으로 비판하고 폄하하는 거죠.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 자동적인 과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해석을 붙이고, 의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생각을 떠올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뇌가 '어라? 주인이 안 하던 짓을 하네.'라면서 저항도 하고 피곤해합니다. (거기서 무너지면 안 돼요) 하지만 계속 반복하면 그것이 더 익숙해져서 의식하지 않아도 긍정적인 해석과 생각이 붙는 겁니다. 그러면 뇌 속에서 우울로 빠지기 쉽게 만들어진 길이 지워지는 거죠. 기존에 있던 신경회로가 약해지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겁니다. 마치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니면 자연히 길이 나는 것처럼요.


이 신경가소성이라는 것을 믿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어떻게 감정조절을 하면 좋을지 알아봅시다. 특히 요즘 사회에서 가장 문제 되는 감정인 '우울'과 '분노'에 포커스를 두고 두 가지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감정을 싫어하지 마세요


모든 감정은 옳습니다. 아니,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이 그저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감정이 다르게 나타나고 강도가 다르게 나타날 뿐입니다. 내 안에 어떤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수치스러움이건 짜증이건 분노이건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쁜 게 없습니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사람이 나누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 분류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류된 분노, 짜증, 우울이 올라오면 자동적으로 싫어하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 자체로 중립인 감정에 '부정적인 것'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바람에 생기는 현상이죠.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괴로움입니다.


보통 이렇게 감정에 대한 평가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훨씬 큽니다. 이 감정에 대한 감정을 '2차 감정'이라고 하는데,  감정에 대한 평가 또는 판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울이나 분노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때 대부분 이 감정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짜증이나 불편감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울과 분노는 죄가 없는데 말이죠. 또 그 감정을 억압하려 들고요. 그러면 우울과 분노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저항할수록 더 강해지고 나를 못살게 굴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각각 생명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아이들인 겁니다. 내 다섯 손가락이 모두 소중한 것처럼 감정도 모두 소중한 존재가 되겠지요. 그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관심받고 싶어서 내 마음의 무대에 오른 것입니다. 그러면 화가 날 때는,  '그렇게 기분 나쁠 일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타박하지 않고,  '아~ 분노 녀석이 무대 위에 올라왔구나' 하겠지요. 그러면 무대 위의 분노는 더 크게 난동을 부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 내려갈 겁니다. 관심을 받았으니 목적을 달성한 셈이거든요.

그뿐입니다.

 

두 번째,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 늘리기 


대개 자극으로 인한 반응으로서 '감정'이 일어납니다. 비가 오면(자극) 우울해진다(반응)던가, 애인이 전화를 안 받으면(자극) 불안해진다(반응)던가,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면(자극) 짜증이 난다(반응)던가 하는 식이죠. 보통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저 자식이 시비를 걸어서 내가 화를 낸 거라고!' '시험에 떨어져서 우울해졌어' 이렇게 인과관계를 세워요. 나의 분노와 우울이 타인이 시비를 걸어온 것과 시험에 떨어진 것을 통해 정당화하는 거죠. 하지만 자극으로 인한 반응은 습관일 뿐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는 건 어떤 것도 없습니다. 저 자식이 시비를 걸어와도, 시험에 떨어졌어도 '꼭' 화가 나고 절망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그렇게 길들여졌을 뿐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극이 들어왔을 때,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중간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떤 자극이든 내게 이로운 쪽으로 해석할 선택의 여지가 있고, 감정을 조절할 힘을 개입시킬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개입할 공간이 커지겠지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평소에 마음을 자동모드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잡고 의도적으로 마음을 민감하게 살필 때 내 감정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극이 들어올 때 내 감정상태를 살펴서 조절할 수 있겠지요. 감정이 이끄는 데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겠죠. 분노 감정이 10단계일 때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면, 우리는 그전에 2~3단계에서 마음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욱하는 습관이 고민인 A는 회사에서 김 과장이 못마땅한 행동을 할 때마다 욱하면서 화를 냈습니다. 가정에서는 아내의 말과 행동에 쉽게 욱하셨고요. 그러다 보면 부부싸움으로 쉽게 이어졌겠지요. 그런데 마음의 상태를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으면 즉, 알아차림이 잘 되면 김 과장이 거슬리는 행동을 했을 때 '아 마음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하고 주의를 전환하거나, 어떻게 부드럽게 지적을 할까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또 아내의 행동에 기분이 나쁠 때 이성을 잃고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게 아니라, 잠깐 바람을 쐬고 온다거나 과연 화를 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기는 거죠. 감정이 처음부터 100의 수치로 마음을 때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알아차리면 그만큼 조절이 쉬워집니다.


자동모드에 마음을 맡겨버린다면 원치 않게 자꾸 욱해서 화를 내고 나중에 후회를 하는 일이 많을 겁니다. 감정에 끌려가는 겁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마음 상태를 계속 알아차리면 내가 어디서 조절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말과 행동을 하면 됩니다.  마음의 운전대를 성공적으로 사수한 것이지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 빅터 프랭클 (Viktor Frankl) -



'관찰하는 나'를 키우는 게 핵심


이 두 가지의 방법 모두 결국엔 '관찰하는 나'를 키우는 게 핵심입니다. 감정을 싫어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내 감정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것도 결국엔 '관찰하는 나'가 하는 일이거든요. 내 안에는 나의 감각, 감정, 생각을 한걸음 떨어져서 살펴볼 수 있는 관찰자가 존재합니다. 그 관찰자의 힘을 기르는 것이 결국 감정조절의 열쇠예요. 또, 그것이 자율주행모드를 off 시키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참고 글 '마음의 운전대를 어떻게 잡나요')


지금 잠깐 눈을 감고 내 상태를 살펴보세요. 5초 정도만이라도 내면을 살펴보세요. '눈을 감고 있는 나'가 알아차려지나요.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거죠. 나의 신체 감각(춥다, 경직되어 있다. 나른하다 등)이 느껴질 것이고, 나의 기분 상태도 살필 수 있을 겁니다. 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져 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단지 바라보기만 하세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세요. 나무라거나 비판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겁니다. 이렇게 관찰자의 입장에 오래 머물수록 관찰자의 힘은 커져요. 관찰하는 나의 힘을 길러내는 게 결국 마음챙김이고 명상인 것이고요. 



마음에 대한 자책을 멈추고 그저 '관찰하세요'


자, 이것이 전부입니다. 간단하죠. 평소에 생각에 강하게 붙들려 있는 분들은 쉽지 않을 겁니다. 누구라도 연습과 반복이 필요한 방법이고요. 그래야 뇌가 그 습관을 기억하고 자동적으로 처리하게 되겠지요. 그때가 되면 내가 의도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 움직여줄 겁니다. 그게 우리 마음이 가야 할 방향이고요.


이제 감정조절의 기본 기술을 이해하셨으니 당분간은 여러분 안에 있는 관찰하는 아이를 잘 키워내기 데에 집중해 보세요. 내 안의 관찰하는 아이를 늘 기억하세요. 그 아이가 당신의 마음을 우울과 분노로부터 지켜줄 테니까요. 


위 글이 담긴 브런치북 [How are you?내마음] 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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