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다짐

2021년 9월 20일

by Charlie Sung

어떤 다짐은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몇 가지 다짐을 지금까지도 빈번하게 되뇌면서 산다. 이를테면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은 운동을 해야 한다든지 한 달에 최소 다섯 권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지 하는 식이다. 과식, 과음을 하지 말겠다는 거의 말뿐인 다짐도 포함된다.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왜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겹기는 하다. 또 잘 지켜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다짐을 되풀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다짐마저 없다면 내 삶은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실수를 할 때마다 다시 다짐하는 데에는 일종의 해학미도 있다. 스스로의 꼴이 우스우면서도 다시 다짐하는 모습에서 끈질김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반복하 는 다짐에는 종교적인 의미도 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세상만사를 관장하는 누군가에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형태의 다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짐을 수만 번을 반복한다고 해도 나를 바꾸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것도 다짐인가.


나는 네 엄마와 결혼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빽빽한 다짐 목록에 몇 가지 다짐을 추가했다. 물론 네 엄마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사내다운 결기라고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실은 지키지 못했을 때의 추궁을 피해보자는 얄팍한 수작일 뿐이다. 아무튼 그 다짐은 건강한 남편이 되겠다는 것과 똑똑한 아빠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운동해서 오랜 시간 네 엄마와 너를 지키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또 쉬지 않고 공부해서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겠다고 나를 다독였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창한 어떤 것까지 너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쏟아낼 텐데 나는 그때마다 바른 답,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전 세계를 다 뒤져서라도 네가 원하는 답을 찾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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