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일을 받아하던 일을 스스로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일을 주는 삶
"넌 물장사를 하면 잘할 거 같아."
대학교 때 친구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었다. 당시 물장사라 하면 술을 파는 일이 라 생각할 때 이므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그가 친구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7년여간의 시간 동안 카페를 경영하고 손님들과 삶을 나누면서, 나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들과 나의 삶을 대화를 통해 나누는 걸, 난 즐기고, 꽤 잘하고 있었다. 그게 좀 잘 안 되는 말이어도, 그리 잘 못 알아 들어도, 난 나의 방식으로 우리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다.
10여 년 전, 다니던 학원 근처에 로스팅을 하며 커피를 파는 한국분이 경영하는 커피숖이 있었는데 커피가 맛이 있었다. 또한 그의 딸이 학원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서로 왕래하다 그가 고등학교 동창임을 알게 되었다. 남녀 공학이었지만 합반은 아니었으므로 알고 지낸 동창은 아니었다. 직업도 바뀌고 회사도 바뀌었는데 커피가 맛이 있어서 멀어도 가끔 커피 빈도 사러 가고 왕래를 하고 지냈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올 일이 있어 왔던 친구가 밥이나 같이 먹자 해서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커피를 볶을 때는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강태공이 되어 강과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와 씨름을 하는 지라 우리 동네에 배를 보러 왔다 했다. 그러다 우리 동네에 가게 자리가 나왔는데 아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당시는 여러모로 안정이 덜 된 터라 장사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시내의 자리도 살펴보고 있었는데 쉽게 기회가 닿지는 않았다. 사업이나 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고 했지만 그러나 동창이 커피를 로스팅하고 사업을 경영하기도 하고 해서 커피숍이라면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무렵이었는데 나는 이미 회사에 들어간 지 두 달이 좀 지난 시점이라 망설임도 있었다.
지금의 커피숖 자리는 지나다 본 적이 있는 곳인데 넓은 주차장에 차도 별로 없고 지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던 기억이 있던 곳이었다. 몇 번을 살피다가 남편이 도움을 주기로 하고 덜컥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