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JOB 생각 .03
힘들다는 말보다 한숨이 먼저나왔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쳤다. 특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한 여자의 남편으로써 두 아이의 아빠로써 주저 앉을 수 만은 없었다. 혼자였다면 모를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가장으로써의 무게감도 있었다. 일단은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되 먹고는 살아야 했다. 나는 굶을지언정 애들은 먹여야 했다.
퇴사가 아닌 이직이 필요했다. 공황장애라는 병명에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일은 계속 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이직을 만류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직장인은 어디를 가든 똑같다.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다.
나는 파랑새를 찾는 게 아니였다. 더 많은 보수와 좋은 환경의 직장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안정과 가정의 행복 유지가 목적이였다. 불안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서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먼저 필요했다. 용기를 내어 난생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했다. 정신과는 중독되고 미쳐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심리적 압박등 다양한 마음의 질병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였다. 나만 이렇게 아픈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때문이였다. 의사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관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등으로 인해 뇌의 일부분이 고장난 것이라 했다. 항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 두 종류의 약을 처방받았다.
환경이 바뀌면 나도 바뀌리라 생각했다. 이직을 하기로 결심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더불어 지금 이 시점에 이직이란 선택이 맞는 옵션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단지 몸이 안좋고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몸담고 일해온 직장을 떠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10년 동안 한 곳에서 일했던 경력을 토대로 앞날의 계획이 필요했다. 회사의 네임벨류를 빼고 정말 내 이름 석자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까? 나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나는 이직에 앞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기로 했다. 질문은 다음 3가지 였다.
Q.1 지금 이 시기에
이직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제 10년차 정확히는 9년 하고도 10개월. 오랜시간 한 곳에 일했다. 보통의 이직시점은 1년, 3년, 5년 차라고 하는데 나는 그 좋다는 이직 타이밍들을 다 지나치고 이제 10년차가 되었다. 혹자는 이직을 못하고 한 곳에만 눌러있으면 능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트랜드가 빠른 업계성향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 오래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의 성향이 나와 잘 맞았고 비전과 성장가능성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뛰어났다. 하지만 업계의 불황이 시작되자 더이상 직원을 키울만한 회사의 여건이 안됐다. 그나마 있던 자기개발비용 및 제도도 사라지고 직원 스스로의 역량개발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는 회사에는 혁신을 일으킬 만한 새로운 팀장이 필요했고 나 역시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이 필요했다. 관성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해야 회사도 변할테니깐. 그럴만한 시기가 회사에 도래한 것이다. 나 역시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Q.2 이직할 때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연봉을 올려 이직을 하는 것은 내 우선순위가 아니였다. 이직을 결심하고 만난 첫회사에서는 현재 다니는 곳보다 훨씬 나은 대우와 연봉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무의 강도나 내부의 경쟁이 누구보다도 치열했으며 야근으로 인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회사였다.
연봉이 낮을 지언 정 나에게 가장 우선 순위는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최우선이였다. 그래서 지금 받는 연봉에서 깍이더라도 가족과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우선이였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자유로운 회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Q.3 이직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 설정이 가능한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분명 자기 발전에 쓸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도 많으리라 판단했다. 개인 스스로의 역량만을 활용하는 회사가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개인에게도 성장의 여건을 조성해주는 곳이 좋겠다는 판단이였다.
회사와 함께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 그 곳에서 10년 뒤 내가 성장해 있을 것인가.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성장의 가능성이 중요했다. 그래야 늙어서도 밥벌이를 할 수 있을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