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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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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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송경수!"


"왜"


"개구리 보러 가도 돼?"


"응 안 돼~"


현수의 물음에 나는 오늘도 칼답을 한다. 며칠 전에 내가 개구리를 키운다고 친구들 앞에서 말했던 것이 화근이다. 개구리를 키우지만 별로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동안 잘 숨기고 있었는데, 망할 숙제 때문에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공개해버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말하기' 발표, 국어선생님께서 한참 전에 내 주신 숙제였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는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현수와 진성이는 나와 정말 잘 맞았다. 매일 보고 하루종일 떠들어도 지겹지가 않고 재미있었다. 문제는 친구들과 함께 놀다 보면 시간관념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미룰 일은 없었을텐데, 셋 다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제출 전날 국어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한번 더 말씀해주시고 나서야 우리는 숙제의 존재를 깨달았다. 우리는 하루 수업이 다 끝나고 야자시간이 되자 부랴부랴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급하게 숙제를 하느라 다른 취미를 생각해낼 겨를이 없었다. 나는 이것저것 취미가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날 따라 개구리 밖에 생각나지가 않았다. 그래서 개구리 키우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는 성공적이었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 뒤로 현수가 집요하게 나에게 개구리를 보여달라고 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수, 과학을 좋아하는 현수는 개구리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키우는 개구리는 예쁜 초록색이 아니다. 내가 키우는 개구리의 종류는 버드풉 프로그 - 직역하면 새똥개구리이다. 이름처럼 새똥처럼 생긴 개구리이다. 정말이다. 갈색과 흰색의 얼룩을 가지고 있고, 울퉁불퉁한 피부는 더욱 더 아스팔트나 유리창에 붙은 새똥처럼 느껴지게 한다.


현수가 개구리에 집착하는 이유로는 하나가 더 있다. 한 달 전에 나의 개구리 - 그러니까 새똥개구리가 알을 낳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태어나 올챙이가 되었다. 발표 때 올챙이를 언급했는데, 그 올챙이 이야기에 반짝이던 현수의 눈이 생각난다. 개구리의 매력은 어쩌면 올챙이 시절부터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기 위해 변해야 하니까. 현수는 한 생물이 자라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무척 신기하게 말한다. 탈바꿈인가 뭔가 하는 어려운 말도 했던 것 같다.


"개구리 소년이다!"


어느새부터 우리 반 애들이 나를 개구리 소년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나를 개구리 소년이라고 부른 뒤 히죽히죽 웃는 걸 보고 기분이 이상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왠걸,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되었다가 한참 뒤에 유골로 발견된 미제 사건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으레 그렇듯이, 친구들끼리는 못하는 말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놀려먹기 좋냐이지, 말에 담긴 뜻 자체가 아니었다. 심지어 개구리 소년 사건에서 학생들은 개구리가 아니라 도롱뇽 알을 찾으러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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