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야드극장 Yard Theatre
런던 동쪽, 스트랫퍼드(Stratford)의 올림픽 공원 가장자리. 2011년, 원래는 창고였던 이 공간에 컨테이너를 겹겹이 쌓아 임시로 조립한 작은 극장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The Yard’. 이름처럼 비어 있는 뒷마당 같지만, 그 안에서는 늘 무언가가 태동하고 있었다. 야드 극장 Yard Theatre는 영국 공연예술 생태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임시 공간의 한계를 오히려 미덕으로 바꾼 사례다.
'공연은 사라져도, 극장은 남는다'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한다. 그런데 첫 글은 문을 닫는 극장 이야기다. 영국 런던 동부의 야드 극장은 이름 그대로, 공터에 지어진 임시 극장이었다. 3개월 목적으로 지어진 극장은 14년이나 운영됐고, 2026년 새로운 터에 극장을 짓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의 터전에서 올리는 마지막 작품을 홍보하는 방식과 극장을 옮기는 방식이 흥미롭다.
Yard Theatre의 대표적인 경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내러티브’와 ‘장르 혼종’이다. 전통적인 연극, 퍼포먼스 아트, 무용, 그리고 시각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젠더, 정체성, 식민주의, 도시 개발 등의 동시대적 주제를 과감하게 다뤄왔다. 2021년에는 Rachel Mars의 Your Sexts Are Shit: Older Better Letters가 이곳 무대에 올랐다. 텍스트와 신체의 경계를 탐색하는 독백극으로, 사랑의 언어와 여성의 욕망을 재치 있게 전복했다.
또한 Yard는 Project Ariadne, This Egg, Rosana Cade 같은 창작자들을 꾸준히 소개하며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지지해왔다. 이들이 발표하는 작품은 종종 '완성된 연극'이라기보다는 '과정을 공유하는 시도'에 가깝다. 관객은 공연을 보는 동시에,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Yard Theatre는 애초에 ‘임시 공연장’으로 기획되었지만, 2025년인 지금까지 14년을 이어왔다. 그 지속 가능성의 비결은 ‘실험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적 감각’에 있다. 지역 주민과의 유기적인 협력, 저예산 창작 시스템, 공공예술 펀딩의 적극적 활용이 Yard의 연명 구조를 떠받쳤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은 ‘상업적 성공’보다는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실험장’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Yard는 또 다른 전략으로 ‘Yard Young Artists’, ‘Live Drafts’, ‘Local’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차세대 예술가를 포용해왔다. 극장의 운영 방식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퍼포먼스이자 실천으로 기능한 셈이다.
야드 극장에서 2월 26일에 보낸 메일에는 게인즈버러 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유리동물원' 리허설 현장 사진을 담았다.
the chairs are very small and we're very tall
의자들은 아주 작고 우리는 매우 큽니다
이들은 인근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을 관객으로 워크숍 리허설을 진행하므로써 극장의 협소함을 극복해왔다. 야드 극장은 이 버전의 The Yard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며, 수년간 우리와 함께 예술적 목소리를 찾아온 학생들의 학교에서 공간을 빌려왔다고 말하며 "완전한 순환의 순간"임을 말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현재의 공간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여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곳을 이처럼 특별하게 만들어 주시고, The Yard를 현실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문이 일시적으로 닫히지만, 우리의 작업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수입은 중단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고, Yard Young Artist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더 크고 과감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어떤 감동을 느끼셨다면, 함께 쌓아온 것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드극장이 3월 2일 보낸 메일 이미지는 그야말로 직설적이다. 메일 제목은 "We need your help — now." 기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야드는 단지 공연을 ‘올리는’ 곳이 아니다. 공연이 자라는 장소다. 컨테이너로 지은 이 조립식 극장은 유연한 무대 구조 덕분에 창작자에게 무한한 실험의 자유를 제공한다. 좌석 배치, 조명, 음향 모두가 공연마다 새롭게 조정된다. 마치 매번 극장을 다시 짓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그렇게 Yard는 단순한 장소를 넘어, 하나의 예술적 선언으로 기능해왔다.
이제 야드는 ‘임시’라는 단어에 붙는 일시성과 불안정을 전복한다. 오히려 그 임시성 덕분에 가능했던 급진성과 유연성이, 이 공간을 영국 공연예술의 최전선으로 만들었다. 무대는 낡았을지 몰라도, 질문은 언제나 가장 날카롭다.
이 극장에서의 마지막 작품, '유리동물원' 작품을 본 이야기는 아래에 썼다.
https://brunch.co.kr/@jungjak/117
야드 극장은 ‘유리동물원’을 마지막으로 지금의 공간과 작별하고, 2026년 현재 객석의 두 배가 넘는 220석 규모의 공연장을 런던 동부에 개관할 예정이다. 그동안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런던 동부의 야드 극장은 2011년 설립 당시 3개월 동안 운영할 목적으로 창고를 개조해 만든 팝업 극장이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단을 쌓고, 야외경기장에서 볼 법한 플라스틱 의자 98개로 객석을 만들었다. 철거 예정이었던 극장은 14년 동안 운영되며 지역 문화의 거점이 되었다. 야드 극장은 ‘극장을 새롭게 구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며, 세상을 다시 상상한다’라는 사명으로 장르와 경계를 넘나들었다. ‘극장처럼, 클럽처럼’이라는 신조 아래 극장과 바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가의 모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월간 객석 4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