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팰런
집 뒤뜰을 훑다 보니, 정원에서 쓰는 다리 셋 달린 나무 의자가 보였다. 어머니가 주말에 제라늄을 다듬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제라늄을 가지치기할 때 상처를 너무 많이 입히거나 너무 적게 입히면 성장이 지체되지만, 딱 알맞은 양의 스트레스와 보살핌은 개화를 최대화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짧은 순간에, 사이코패시의 병인에 관해 개연성 있게 설명해줄 요소들이 한데 들어맞았다. 그날 아침 내 마음의 눈에는 뒤뜰 정원의 다리 셋 달린 의자가 사이코패시의 세 가지 요소와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새로운 사이코패시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세 개의 다리란,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ㆍ신체적ㆍ성적 학대였다. 나에게는 '유년 시절의 학대'라는 다리가 없었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사이코패스에 관해 강연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사이코패스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가끔씩 나의 안정된(또는 내가 그렇다고 믿은) 행동을 놓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동료들이 단순히 내가 한 어떤 짓에 분개했거나 나의 성공을 질투해서 과잉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게 아니었다.
-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p. 143
인간의 유전적 가변성(유전체와 전사체의 고차원성) 때문에 유전 및 행동 스펙트럼의 맨 끝에 자리하는 사람들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약점이 상당해서 병에 잘 걸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능이 대단할 수도 있다. 온갖 조합의 감정과 약점이 집단에 나타나면, 각자가 도움도 받고 피해도 받을 뿐만 아니라 집단이 커질 수 있다. 집단 다양성으로 인해 어떤 극단적 역병, 기후변화, 총력전에도 우리 가운데 최소한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 스펙트럼 끝자락의 사이코패스들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포식자가 기회주의적 기생충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시기에는 궁지에서 벗어나 번식을 계속할 수 있는 이들이다.
...(중략)...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