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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Aug 20. 2024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어릴적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맹신했었죠. 인생을 날로 먹고싶다는 야심이 가득했던 저는 호두까기에 열심이었죠. 쪼개진 단면이 우리의 뇌를 닮았다 생각하며 얇은 아마빛 껍질을 벗겨내며 제 대뇌피질을 통통하게 살찌워 줄 호두를 찬미하며 약간의 느끼한 끝맛을 꾸욱 참아냈죠. 인간인 우리가 머릿속에 조그만 소우주를 품고 살아가고 있어요. 복잡 미묘한 신경구조들이 몸을 움직이고 기억을 관장하고 어떤 일에 대한 사고를 통해 판단과 실행, 혹은 본인만의 독창적인 삶의 결과물들을 만들며 살아가게 하죠. 생각할수록 경이로워요.



 그러나 어느날 문득 이런 나의 뇌구조가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것과 다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면 여러분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스스로에 대해 더 탐구하고 파악하기 위해 애쓰거나 아무도 모르게 그 사실을 감추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밝혀지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뇌구조의 치명적 결함을 내가 갖고있다는 사실. 그걸 말할 용기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제임스 팰런은 자신의 뇌구조가 싸이코패스 범죄자들의 것과 같은 어둠의 화관을 갖고있다 당당히 밝힙니다. 그것도 전세계인들이 볼 수 있는 TED 강연에 나와서 말이죠.




뇌사진보다는 다중노출의 해바라기가 더 나을 것 같았어요





40년 넘게 신경과학자로 일해오던 제임스 팰런은 살인자들의 뇌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특정 부분, 흔히 자제력이나 공감에 영향을 끼치는 뇌 영역의 기능이 떨어지는 드물고 놀라운 공통 패턴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는 그러한 구조적 특징 외에도 후성유전체 epigenome가 우리에게 태어날때 주어진 염기쌍 서열배열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유전체가 우리가 태어날때 물려받은 책이라면 후성유전체는 우리 그 책을 읽는 방식이라는 것이죠. 같은 문장이어도 구두점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주어와 서술어, 단어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 하나 RNA 유래전이인자라는 요인을 더 언급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DNA가 타이핑한 문장을 재배열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동안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말합니다.



 후성유전체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실패에 DNA 실들을 감쌀 때 작동하는 걸 볼 수 있죠.  메틸과 아세틸이라는 아주 작용기들을 유전자에 붙이거나 떼어내는 변경작용으로 한 유전자의 행동이 바뀌게 됩니다. 그때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양도 바뀌고 뇌 회로 안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바뀌며 사고, 감정, 행동 등 또한 같이 변화가 된다고 하죠. 메틸기와 아세틸기를 덧붙이는 주된 환경적 자극 중 하나가 스트레사고, 이러한 자극에는 학대, 출생 전 산모의 불안, 마약, 일부 식품이 원인이죠.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이 방출되면서 이런 변화가 가속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이코패시의 병인을 이해하는 핵심이라 볼 수 있죠.



 다소 어려운 뇌과학용어가 등장해 읽는데 저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더랬죠. 매미님이라면 이러한 해설을 더욱 더 매끄럽고 쉽게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더듬더듬 읽어내려갔어요. 그래도 제임스 팰런 특유의 유머감각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글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점들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어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그가 말한 뇌 작동의 매카니즘과 자신이 설정한 가설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을 옮겨 봅니다.  







집 뒤뜰을 훑다 보니, 정원에서 쓰는 다리 셋 달린 나무 의자가 보였다. 어머니가 주말에 제라늄을 다듬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제라늄을 가지치기할 때 상처를 너무 많이 입히거나 너무 적게 입히면 성장이 지체되지만, 딱 알맞은 양의 스트레스와 보살핌은 개화를 최대화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짧은 순간에, 사이코패시의 병인에 관해 개연성 있게 설명해줄 요소들이 한데 들어맞았다. 그날 아침 내 마음의 눈에는 뒤뜰 정원의 다리 셋 달린 의자가 사이코패시의 세 가지 요소와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새로운 사이코패시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세 개의 다리란,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ㆍ신체적ㆍ성적 학대였다. 나에게는 '유년 시절의 학대'라는 다리가 없었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사이코패스에 관해 강연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사이코패스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가끔씩 나의 안정된(또는 내가 그렇다고 믿은) 행동을 놓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동료들이 단순히 내가 한 어떤 짓에 분개했거나 나의 성공을 질투해서 과잉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게 아니었다.  

       -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p. 143



 



 인간의 유전적 가변성(유전체와 전사체의 고차원성) 때문에 유전 및 행동 스펙트럼의 맨 끝에 자리하는 사람들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약점이 상당해서 병에 잘 걸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능이 대단할 수도 있다. 온갖 조합의 감정과 약점이 집단에 나타나면, 각자가 도움도 받고 피해도 받을 뿐만 아니라 집단이 커질 수 있다. 집단 다양성으로 인해 어떤 극단적 역병, 기후변화, 총력전에도 우리 가운데 최소한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 스펙트럼 끝자락의 사이코패스들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포식자가 기회주의적 기생충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시기에는 궁지에서 벗어나 번식을 계속할 수 있는 이들이다.

 ...(중략)...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 293







 자신의 가계도 속 인물들과 자신의 유년기를 분석하며 성장 과정 중에 겪었던 다양한 공황발작과 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생애 주기를 분석하며 스스로의 뇌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뜻하지 않은 순례를 한 과학자 제임스 팰런. 사이코패시의 전형적인 증후들을 다 갖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가 인간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습득한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라고 칭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친절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와의 끈끈한 부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어릴 적 삼촌과 아버지를 도와 약국의 약품들을 각 가정에 배달하면서 보게 된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순수한 연민과 애정. 어린 시절 이런 마음을 배웠던 것이 자신의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죠. 타인에 대해 갖게 된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동정심과 연민은 그를 지켜주는 마음의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에게조차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는 제임스임에도 이때의 감정은 특별한 성소가 되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해요. 



 또한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일찌감치 관찰하고 파악한 어머니의 적절한 훈육은 그가 갖고 있는 유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회성을 가진 인간으로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올바른 양육이 자연이 부여한 우리 인간이 바꿀 수 없는 DNA구조 속 결함들조차 억누르거나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그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뇌구조와 이미 결정된 DNA에 기록된 특성들로 인해 기인한다 말하던 사람이었기에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자신이 직접적 실험체가 되어 이 글을 써내려갔죠.



 하루에도 몇번씩 말도 안되는 이상행동을 하는 이들에 의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피해자에 대해 듣습니다. 오늘 하루동안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여학생을 스토킹하던 남학생이 끝내 등교길에 여학생을 흉기로 가격한 사건이 여러번 크게  보도되더군요. 많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이들에게 분노조절장애, 양극성장애 등등 여러가지 병명들을 붙이며 그들의 행동을 분석합니다. 그 사이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묻혀버릴 때가 많습니다. 정신이상자에 의해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란 말과 함께요.



 타고난 기질로 인해 발현되는 공격적인 특성들이 제어가능한, 양육으로 조절 가능한 부분에 대해 언급한 그의 연구가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그런 행동들을 전적으로 약이나 수술로 인해 바꾸거나 제어하는 것이 아닌. 가장 근본적인 인간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경험과 학습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 앞으로 더 많은 사이코패스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우리들이 우리들의 세상을 지키는 가장 최적인 방어라 생각하기에 정말 흥미롭게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뇌구조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것이 알고싶다, 김상중 버전)








 

* 같이 듣고 싶은 곡


Gnarls Barkley : Crazy


https://youtu.be/-N4jf6rtyuw?si=vumiZpFGb058ZGxS









#사이코패스뇌과학자

#제임스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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