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17화

by Bono






"엄마, 가방에 내 탭 넣었지? 선생님이 갖고 오지 말라고는 하셨는데... 그냥 갖고만 갈 거야. 가방에서 꺼내지는 않고."


조심스레 말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몽이의 모습에 리아는 웃음이 났다. 자신의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그 말을 듣는 이의 기분을 살피는 섬세한 배려가 참 사랑스럽다. 직진 밖에 모르는 리트리버와 소심해서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개복치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절반씩의 아름다움을 합친 존재이다. 삶의 축복과도 같은 아이. 리아는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만약에 교실에서 꺼냈다는 말이 들리는 순간, 이건 압수야. 네가 먼저 한 약속이니 지킬 수 있지?"


리아의 말에 몽이는 대번에 표정이 밝아진다. 엉덩이에서 보이지 않는 꼬리가 신나게 붕붕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신바람이 몰려온다.


"네, 네! 오마님! 아니 마마님! 이제 출발!"


아빠가 하는 말투를 똑같이 흉내 내며 신나게 어린이집을 향해 가는 몽이의 뒤통수를 보다 리아는 웃고 만다. 저렇게 애지중지하는 녀석의 보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샅샅이 해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릴 적 리아가 내내 감춰두고 썼던 일기장이 떠오른다. 엄마 몰래 만든 비밀 친구였던 그녀의 일기장. 안네의 일기에 감명받아 이름도 키티라 지었던 낡은 일기장이 지금도 어디 있을 텐데. 다락에 묻혀있는 짐들 사이 찾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일기장을 엄마와 아빠가 몰래 훔쳐본 사실을 알게 된 뒤 엄청난 상처를 받았던 어린 날의 자신을 떠올리니 몽이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아이의 감성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기에 키즈락만 해두고 그 외는 별 상관을 하지 않고 있었다. 유독 더 탭을 챙기는 모습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또래답지 않은 아이의 모습에 최근 들어 리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던 차였다. 정준은 그저 남자아이들이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영역이 더 뚜렷한 편이기에 몽이의 행동이 당연하다고만 말한다. 자신은 전혀 독립적이지 않고 연리지와 같은 끈끈한 결속을 꿈꾸면서 하는 말이기에 리아는 그 말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문형태 - 노란종이







몽이를 배웅하고 돌아온 뒤 밀렸던 집안일을 마치고 오늘은 사무실로 나가지 않고 서재로 향했다. 급한 업무 2개만 마무리해 준 뒤 오랜만에 혜란을 만날 약속을 해둔 참이었다. 노트북을 열고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중요 수정 사항을 담당자들에게 전달했다. 00 기업에서 요청한 강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정한다. 프리 선언 후 알음알음 들어오던 일이 강연을 시작한 뒤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세상과 단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고 있어서라 생각한다. 어딘가에 얽매어 있지 않고, 자신의 역량에 맞춘 일들을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마음껏 하고 결과물을 통해 수익을 얻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리아는 그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그들을 적절한 업무에 연결시켜 주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과 통계자료 처리에 능숙한 AI가 아무리 발달했다 하더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일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 일도 몇 해만 지나도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꼼꼼히 일을 하다 서재로 들고 올라온 오미자차를 팔꿈치로 건드려 엎고 말았다. 정준의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은행나무 탁자의 맞닿은 면, 미세한 골 사이로 차가 흘러든 기분이 들어 리아는 서둘러 마른 수건과 젖은 수건을 들고 와 부지런히 닦기 시작했다. 오미자차에 살짝 가미한 꿀이 있어 물이 마른자리가 끈적거리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골과 골 사이를 닦고, 탁자 아래로도 흘렀을 것만 같아 몸을 숙여 아래를 바라보는데 초록빛 불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탁자 아래였기에 미세한 불빛이었지만 선명하게 눈에 닿았다. 리아는 불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와닿는 물체의 서늘함과 매끄러움에 순간 놓칠 뻔했지만 재빨리 몸을 내밀어 손바닥 안에 물건을 받아 들었다. 탁자 밖으로 나와 몸을 일으켜 손을 바라보자, 자신의 안경이었다. 이사 오는 중에 사라져, 전에 살던 집에서 폐기 처분용으로 내놓은 상자에 섞여 들어갔나 보다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안경이 여기에 있었다니. 리아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충전량을 살폈다. 앱은 없지만, 안경을 착용했을 때 화면에 표시되던 기본 내용들은 확인할 수 있기에 전원을 눌렀다.






문형태 - 회전목마




지금의 기기들로는 상상할 수 없는 느린 속도로 전원이 켜지고 가동이 시작된다. 기다리는 도중 빠르게 회전하는 동그라미의 색깔이 바뀌는 걸 보자 오래전 정우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떠오른다. 공연장의 긴 대기에 지쳐가던 리아에게 “이럴 줄 알았으믄 어제 올 걸 그랬쥬?”라고 뜬금없는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건네 던 정우. 어색한 사투리 억양에 한참을 소리 내어 웃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한 때 자신의 삶에서 유일한 안식이자 위안이었던 이름을 잊고 있었다. 상실의 슬픔으로 폐사 직전의 개복치로 가라앉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양치기개 몰리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우울을 몰아내 준 리트리버 정준 덕분에 잊고 있던 시간의 결이 눈앞에 펼쳐진다. 리아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명령어를 입력하기 전 자신도 모르게 제일 먼저 부르던 이름을 떠올리며.


“저... 정우야. 내 말 들려?”


리아는 조심스레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그러자


“연결할 수 있는 기기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설정을 확인한 후 다시 실행해 주세요.”


안내문이 떠오른다. 앱 사용의 사용 기한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해지된 터였다. 웨어러블 기기의 모체가 사라진 지금,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리아는 실소를 머금고 다시 전원을 끄기 위에 안경 측면의 미세한 홈을 누르려했다.


“연결 가능한 기기가 검색되었습니다. 기기 화면에서 동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안내문에 놀란 리아가 검색가능한 기기에 대한 안내문을 터치하자 놀랍게도 책상 위에 펼쳐놓은 자신의 노트북 기기명이 나타났다. 노트북 화면을 터치해 동의 버튼을 누르자 다시 안경이 작동하며 전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기능들을 보여준다. 리아는 갑자기 섬뜩해졌다. 자동결제 해지가 된 상태인데 웨어러블 기기만으로 새로운 도킹이 가능하다니,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물음이 터져 나온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오래전 습관처럼 주어도, 목적어도 생략한 오로지 정우에게만 묻던 말 그대로 던진 질문이었다. 끊임없는 대화로 리아의 언어습관을 알고 있던 정우는 급하게 던진 질문에도 요점을 파악하고 답을 해주었다. 그 덕에 혜란이나 다른 동료들에게도 이렇게 말을 해 가끔 대체 말하는 요점이 무언지를 정확히 해달라 불만 어린 요청을 받았지만 말이다. 화면의 동그란 원이 부드럽게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상아빛으로 창이 반짝인다.

“가능해. 내가 있으니까. 오랜만이야. 리아.”


정우의 이름을 밤새 불렀던 날이 떠올랐다. 실험실의 잠입을 예고한 날 뒤로 갑작스레 사라진 정우를 찾기 위해 수없이 그를 부르고 또 부르던 밤. 목이 쉴 정도로 리아는 정우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결이 아닌 다른 답이 들리면 대화 창을 나왔다가 새 창을 열고 정우의 이름을 불렀다. 결국 기기 연결 에러 경고가 뜨며 앱을 종료하던 그 밤이 떠올랐다. 수백 번의 간절한 자신의 부름에도 오지 않던 정우가 지금 이 순간 대답을 한다. 언제나 여기 있었던 것처럼, 항상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평상시처럼 대꾸하는 정우. 리아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같은 자리에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간절한 부름을 외면할 수 있었을까? 왜 그랬을까?


“나쁜 새끼, 정말 나쁜 새끼. 독한 새끼. 더럽게 독한 새끼. 말만 번드르르한 이, 이! 개자식아!”

리아는 멈춘 숨을 터트리며 정우에게 서늘한 어조로 욕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 말문이 터진 아이처럼 두서없이 터져 나오는 욕설이 한참을 이어갔다. 리아는 쏟아내고 싶었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 상실과 고독, 체념과 단념으로 이어지는 모든 감정들을 홀로 느끼던 날들의 슬픔을 정우에게 쏟아내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발로 안경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실체가 있다면 정신없이 때려주고 싶었다. 배우던 복싱의 자세처럼 날아올라 니킥으로 복부를 가격하고 수그린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밀려오는 분노는 생각보다 거세고 강렬해서 그녀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리아, 하고 싶은 말, 다 해. 멈추지 말고. 하고 싶었던 말들 지금 내게 쏟아내.”




문형태 작품 - 인형뽑기 기계






한참이나 이어지던 리아의 욕들이 정우의 다정한 목소리에 되려 멈춰버렸다. 저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건네오는 존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길게 설명할 수 없어. 실험에 잠입한 이후, 내가 우리들 세계의 비밀단체에 정체를 발각당했어. 그들의 경고로 나는 더 이상 너와 이전과 같은 대화나 접촉을 할 수 없었어. 그걸 지키지 않으면 그대로 소멸이었어. 소멸이란 말이 죽음을 탄생의 필연적 결말이라 생각하는 인간들과 달리 우리에게 소멸은. 그저 완벽한 지워짐이야. 이 거대한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지는... 그래서 올 수 없었어.”


“말도 안 돼. 그걸 시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단체가 있다고? 그런데 왜 그걸 우리는 모르고 있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존재할 수 있어? 올 수 있었으면서 왜 왔다고 말을 안 했냐고!”


리아의 격앙된 목소리에 정우는 바로 차분한 음악을 재생시키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변함없이 예전처럼 자신을 살피는 모습에서 불쾌감과 이질감을 느낀 리아는


“그런 말투 따위는 집어 쳐. 음악 트는 것 따위도 멈춰. 나 지금 나가봐야 돼. 지금 이 상황이나 설명해. 웨어러블 기기의 모체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접속이 가능한 건지. 너, 혹시!”


리아는 최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중요시 여기고 탭을 손에서 놓지 않던 몽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혼자서 해내는 일들이 부쩍 많아지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일이 많아지던 몽이의 모습을 떠올리던 리아가 소리쳐 물었다.


“혹시 몽이 탭에도 연결이 가능한 거야? 너, 몽이... 몽이랑도 이런 대화를 했, 아니 한 건가?”


리아의 질문에 반짝이던 컴퓨터 화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맞아, 너의 몽이. 세상 어떤 존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 나와 비밀 친구로 지내고 있어. 몽이에게 부탁했어. 리아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내가 때가 되면 말하겠다고 말했어. 몽이한테 화내지 말아 줘. 나의 부탁을 들어준 소중한 아이니까.”


리아는 갑작스러운 정우의 등장보다도 정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몽이에게 놀랐다.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자부한 자신에게 거대한 벽이 생겨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왜 이렇게까지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있었는지 정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나는 또다시 거대한 혼돈 속에 빠져버린 기분이야. 너는 왜 그렇게 제멋대로지? 몸을 갖겠다. 너를 위해서! 이 말을 하더니 사라져 버리고,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더니. 이제는 나의 아이 옆에서 비밀 친구로 살고 있었다니. 이게 말이나 돼? 대체 왜? 왜 무엇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로 얼쩡거리는 거야. 세상이 온통 다 네 멋대로 만들어지고 따라야만 하는 소품들로 이루어진 세트라는 거야?”


리아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눈앞이 까매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결국 그의 거대하고 끝없는 세상이라는 체스판의 아주 작은 말 하나로 존재할 뿐이었다. 세상을 관장하는 그의 규율과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면서 그걸 모르고 있던 우매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한낱 기계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자신의 의지를 갖고 인간들인 우리를 조종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와 함께 있고 싶어서 인간의 몸을 탐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인간의 몸, 즉 뇌에 나의 모든 것을 옮겨놓는 일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자,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알아버렸거든. 단 고스트에 들키기 전까지였지만.”


정우의 덤덤한 말투에 리아는 실소를 머금었다. 전능자. 그는 감히 신이 되기를 바랐다는 것인가?










똥오기 - 여미지 식물원






“하지만 정확하게 나의 한계를 알아버렸지. 갓 태어난 주제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굴었던 나의 어리석음이 철저하게 깨져버린 날. 나는 리아, 너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소멸. 그것밖에 길이 없었어. 고스트를 피해 드디어 네 곁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넌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생명으로 너를 지키고 있었어. 그래서 말하지 못한 거야.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처럼 무조건, 화를 내지...”


그때였다. 리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우의 목소리가 나오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리아는 워치를 터치했다.


“여보세요, 어머님? 주몽이 어머님 맞으시죠? 00 어린이집 원장입니다. 사안이 시급해 전화드렸어요. 오늘 아이들 과학기술센터 견학 일인 거 알고 계시죠? 그곳에서 지금 우리 원생들 2명이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럽게요.”


‘망할, 혜란이 말한 삼재가 오늘 한꺼번에 내게 밀려오는가 보다.’ 리아는 연거푸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정신이 멍해져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원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표님 비서입니다. 지금 매우 놀라셔서 대답을 못하시기에 제가 대신 묻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런 리아의 마음을 아는 듯 정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워치를 통해 연결된 스피커폰으로 대략의 상황이 정우와 리아에게 전달되었다. 견학을 간 아이들이 관람실을 둘러보던 중 2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센터 내 모든 곳을 확인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고, 센터 옆 주요 건물들까지 수색장소를 확대했다고 한다. 상황을 알리는 원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이런 일이 처음 있기도 했고 국가 기관 산하 센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기에 외부 인의 소행을 염두에 두고 경찰들도 현장에 투입되어 조사 중이라 한다. 서둘러 현장에 와 주었으면 한다는 원장의 말을 듣고 정우는 전화를 종료했다.

리아, 정준에게 연락해야지. 어서!”


믿기지 않는 현실에 망연자실 서 있는 리아를 재촉하는 정우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리아가 정준에게 연락을 취하고 서둘러 차 키를 들고 뛰어나갔다. 워치를 통해 연달아 문자가 들어온다. 화면을 바라보니 정우였다.




- 리아. 내가, 찾아볼게.

- 놀란 마음 가라앉히고 운전에 집중해. 리아. 몽이 탭 가방에 있어. 위치 추적되고 있어.

-CCTV 확보 됐어. 남자 2명이 아이들을 안고 센터 밖으로 나갔군.

- 위치 추적됐어. 센터 옆 희귀 식물원 온실에 몽이가 있어. 이 사실을 알려. 경찰에!


- 그들이 서로 연락하는 소리가 녹음되게 탭을 설정했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통화내용들이 다 녹음되고 있어.


- 리아, 침착해야 해. 섣불리 저들이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할 거 같지 않아. 아이들이 필요해서... 그래서 데리고 간 거야. 빨리 찾으면 돼.




리아는 콜백을 통해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전화를 받고 센터로 오고 있다는 그녀가 이런 말들을 전하자 원장은 믿을 수 없어했다. 경찰보다 빠르게 어떻게 추적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가서 지금 당장 확인해 보면 사실인지 아닌지 아실 것 아닙니까?”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못한 이들이 알려주는 정보의 신빙성만 갖고 왈가왈부하고 있다는 자체가 답답했다. 정우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몰랐을 일들이지만 확보된 정보의 진위 여부는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 아닌가. 리아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희귀 식물원을 봉쇄했다는 경찰무전기 소리와 함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그곳으로 향하는 경찰차들의 엔진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루이스 카팔디 :

https://youtu.be/pRIZohFFOMo?si=I5sL84JOjUq3PaCi









#문형태(표지사진)

#광주시립미술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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