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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Feb 04. 2024

멈춰지지 않는 시간

살아있음으로…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다녔던  사촌동생과 큰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작은아이를 픽업해서 셋이서 함께 걸어서 하교를 했다. 출퇴근거리가 멀어졌지만 시댁에서의 지원이 많이 줄었던 이유로 나는 일을 그만 둘수는 없었다.

작은아이의 마음의 병이 그닥 별 차도가 없고 유분증의 증상이 깊어가던 때, 시댁에서는 믿지못하던 아이의 병증을 방학때 한국에 보냈을 때에야 인정하고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라고 하셨다.


그때는 큰아이가 11학년 올라가던 때였고 우리집에 홈스테이하던 사촌동생까지 있었으므로, 두 수험생의 학교외 일정에 대해 라이드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처럼 아이들만 챙길수 있게 되어 그나마 숨돌릴 만한 여유가 생긴것 같았다.


많은 살림도 정리하고, 파산도 마무리되고, 남편도 한국의 시댁에서 기거하며 눈에 보이지 않게 되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경제적으로는 전쟁에 참패한 패잔병 같았지만 마음으로는 삶이 일정부분 정리가 된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폭풍처럼 몰아쳤던 사건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고요한 매일의 일상들이 시작되자 내 안의 근원을 알수없는 불안과 부정적인 느낌들이 더 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는 거였다. 평안해보이는 일상 안에서 나를 휘두르는 불안과 이유를 알수없는 두려움이 나의 마음안에 가득차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적 불운들이, 어지간한 사람들은 겪지 않고 살았을 내 삶의 불행들이, 모처럼 고요하고 조용한  내 일상안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내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채우는 수많은 불길한 생각들과 부정적자기암시는 내가 잠이 들었을때조차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악몽을 매일 꾸었고, 차갑고 냉소적인 그 목소리는 매일 나에게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 이 모든건 죽어야 끝날거야…”

“ 사는건 고통일뿐이야.. 여태도 인생에 행운이 없었는데 앞으로 무슨 난데없는 행복이 있겠어!”


모든것에 때가 있어서 시작이 있다면 반드시 끝도 있다는것이 위로가 되었던순간도 있었지만, 그 끝을 기다릴 인내가 나에겐 남아있지 않은것 같았다,

몰아칠때는 놀랐고, 멍했었다.

하지만 잠잠해지고 난 뒤에 찾아오는 모멸감과 자책과 슬픔은 나를 순식간에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가게하고, 현재의 나를 괴롭혔다.

기다리다 맞이하게될, 점점히 흩어져있을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나는 더 두려워졌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와 무너져 내리는것처럼 , 나는 고요한 그 시간들 속에서 더 큰소리로 나를 덮치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흔들렸다.

무언가 아직 끝난것 같지 않다는, 불길함
무언가 더 나를 휘몰아칠것 같다는, 두려움.
더이상 아무것도 견딜수 없을것 같은,긴장감.


나는 애써 나를 설득했다.


다 지나갔어, 이제 더 올것이 뭐가 있겠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더 나빠질게 뭐 있겠어..

눈에 보이는 재산도, 관계들도, 기대도 더이상 없는데 뭘 더 잃어버릴게 있겠어…

설마 하늘에서 나를 죽게 하고싶은게 결말은 아닐거야…


나는 그 냉소적인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내 생각과 온마음을 다해서 싸웠다. 그러다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간듯 기력이 없어질때마다  아이들에게 나를 안아달라고 부탁했다.

작은 아이에게 몸을 기대고 안기어 나를 달랬다. 아이들에게 안겨 그 작은 가슴에서 울리는 심장박동을 듣고,머리에서 나는 따스한 기운과 새콤한 땀냄새를 맡으며 깊은 숨을 쉬곤했다.

그러면 미친듯이 불규칙적으로 뛰던 내 가슴이 슬며시 같은 속도로 맞춰지는것 같았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지났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낸 그 고요의 3개월을, 혼자 지내며 나와 싸웠다.

느릿느릿 구름처럼 흘러가는 그런 하루들이 쌓여 “그 때”가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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