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내 잔이 넘칩니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시편 23편 5절
이 말씀을 묵상하면 보통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와 사랑이 넘치고 넘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맥스 루케이도가 쓴 <짐을 버리고 길을 묻다>라는 책을 보면 다윗은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시는 복이 너무나 크고 놀라운 반면 우리는 그 복을 담기에 너무 작은 마음의 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떤 친구 둘이서 바다낚시를 갔다. 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낚싯대를 던졌다 하면 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보통 우리는 큰 물고기를 잡으면 통에 담고 작은 것들은 풀어준다. 그런데 옆 친구를 보니 반대로 하고 있었다. “아니, 자네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네. 보통은 큰 고기가 들어오면 취하고 작은 고기가 오면 방류시키는데 왜 반대로 하는가?” 그랬더니 친구가 웃으며 답했다. “별 것 아니야. 사실 우리 집에 프라이팬이 작은 것밖에 없어서.”
우스운 이야기임에도 저의 모습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은혜를 부어주고 계실까. 나의 잔이 작아 그것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일 설교가 그저 좋은 특강을 듣는 수준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너무 대단해 공감하기 어려운 간증의 말씀이거나 내가 하나님께 끝까지 숨기고 싶은 죄들에 대한 말씀일 때가 그렇습니다. 프라이팬이 작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 편식하며 설교를 골라 듣고 있는 나의 모습이 꼭 큰 물고기는 다 놓아주고 작은 물고기만 취하던 친구의 모습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