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주. 나의 기록들
#카카오톡 - 사진 한 장
남편에게 생전 잘 오지 않은 카카오톡이 왔다.
주말에 근무하는 거 뻔히 아는 우리 관계는 서로 바쁠까 봐 쓸데없는 카톡을 많이 하지 않는다.
중요하게 의논해야 하는 사항이 있으면 통화를 하거나 퇴근 후 집에 와서 서로 의논한다.
그런 그였는데, 퇴근시간쯤 나에게 카톡이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지 한 장이 왔다.
바로 우리 회사 앞에 본인이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는 인증샷 이었다.
멘트하나 없이 사진 한 장으로 나의 맘을 심쿵하게 하였다.
기분 좋게 달려가서 그의 차에 올라탔다.
남편이 나를 더 심쿵하게 한다.
"자기야 삼겹살 먹으러 가자!"
"대박 웬일이야!!! 먼저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지 않는데... 웬일이야!!! 좋아 좋아!!"
나 정말 까먹었다.
이번에도 정말 까먹었다.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날짜를 기억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는 그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어제 내가 지나가는 말로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한 말을 기억해 주었다.
이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사람이다.
그렇게 나의 6월 2주는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짜증은 그 와 만나는 동시에 씻겨져 가고,
뜨겁게 구워진 삼겹살의 육즙과 기름기가 나의 몸에 기분 좋게 퍼져갔다.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의 탄산이 나의 목을 타고 넘어가서 찌릿한 기분을 남겼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의 결혼기념일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심쿵하게 할까?
조금은 잊혀 갔다.
기분 좋지 않게 했던 많은 기억들이...
다시 내일은 더 밝은 시간을 기대한다.
바쁘게 시간을 쪼개며 사는 나에게 그는 쉼표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난 또... 결혼기념일을 까먹었다.
아뿔싸! 또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