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길 6. 남원큰엉& 천지힐링길, 외돌개 (올레길 5 & 7)
남원큰엉해안경승지 - 올레 5코스
천지힐링길과 외돌개 - 올레 7코스
우리 가족은 사실, 어디라고 딱 짚긴 어려운,
한적한 길들을 좋아한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고,
고요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사실,
제주에서 '바다 옆 산책로'라고 하면,
웬만하면 다 '올레길'이다.
올레길들은 참 좋다.
그 수많은 올레길 중에서도,
바다 바로 곁을 따라 걷을 수 있고,
찻길과 멀리 떨어져 조용한 길.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올레코스가 두 군데 있다.
올레 5코스 중 일부인
남원큰엉해안경승지,
그리고
올레 7코스 중 한조각인
천지힐링길과 외돌개 주변 산책길.
제주도에 가면,
우리 가족은 주로 동쪽, 성산 쪽에 머물곤 했다.
서귀포에서 숙소로 가는 길엔
해안도로가 참 잘 되어있었는데,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
자꾸 지나치던 해안도로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지나가던 어느 날,
놓치지 않으려
위치를 찍어, 지도에 저장해 두었다.
그 해안도로 시작점에,
남원큰엉해안경승지가 있었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란,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남원의 절벽, 언덕'이란 뜻이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
남원 큰 엉의 '엉' 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이나 굴’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언덕’이란 말의 줄임말이며 ‘큰 엉’이라 함은 바위로 이루어진 규모가 큰 절벽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곳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절벽 위는 평지로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있고 올레길 5코스에 포함되어 탐방객들이 즐비하게 찾고 있는 명소이다.
홈페이지 참조 https://tour.jejudsi.kr/tour.htm?act=view&id=map41
남원1리 사거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도로가 꺾이는 지점에
정자가 하나 나온다.
그 옆에 작은 주차장이 있다.
우리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들어가면,
차가 들어올 수 없는, 비밀스러운 길이 펼쳐진다.
바다 바로 옆,
나무들이 터널처럼 우거진
고요한 비밀 산책길.
햇빛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동화 속 숲처럼,
나무 터널을 만든다.
옆으론 넓게 바다가 펼쳐지고
머리 위로는 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동화 속 비밀 길처럼
신비로운
이곳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고민도, 생각도 스르르 사라진다.
파도소리에 이끌려
바람을 따라
그저
걷게 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숨겨진 포토존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아주 유명한 곳.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봤을 '제주도 꼭 가봐야 하는 곳'.
바로, '한반도 포토존'이다.
이 한반도 포토존이 이곳에 숨어있다.
나무들이 만들어낸 틈 사이로,
한반도 모양 햇빛이 쏟아지는,
그 유명한 곳.
그 틈 사이로 슬쩍 보이는 바다도
참 예쁘다.
이곳에선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그래서 늘
정체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들,
올레길을 이어가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이곳에서 한 번쯤 멈춰 선다.
사람들이 많아,
사진 찍기 곤란하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스마트폰 속 AI 지우개 기능이 있으니까.
배경도 말끔하게 정리되고,
굳이, 사람을 피해 찍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다행히 평일 낮에 찾았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감상하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사진을 찍었던 한반도 포토존을 지나,
길의 끝까지 걸어가면 금호리조트가 나온다.
이 리조트를 지나
바다 옆 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넓은 주차장이 하나 나타난다.
우리가 차를 세웠던 곳보다
더 넓은 공간이니,
이곳에 주차한 뒤, 반대로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전체 길이는 약 1km 남짓.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걷기 딱 좋은 거리였다.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이 길을 참 좋아했다.
올레 7코스.
그중에서도, 외돌개 부근을 따라 걷는 바다 옆 오솔길.
예전에는 흙길이 질퍽대고, 정리도 잘 되어 있진 않았지만,
바다 바로 옆을 걷는 그 길이 주는 매력이 참 특별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곳을 찾곤 했다.
내비게이션에 '외돌개 주차장'을 입력하면,
'외돌개 주차장', '올레 7번 길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은 유료와, 무료 주차장이 나란히 붙어 있으니 잘 살펴보고 주차하면 된다.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넌 뒤,
안내판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황우지 선녀탕이 가장 먼저 발길을 반긴다.
투명한 물빛,
그리고 바위틈으로 스며드는 햇살.
이곳이 왜 '선녀탕'이라고 불리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황우지 선녀탕'은 안정상의 이유로 폐쇄되어 있었다.
바다를 왼쪽에 두고, 외돌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은 나무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걷기 참 좋았다.
가끔 고개를 들면, 바다사이로 세연교도 살짝 보였다.
이 풍경이 너무도 좋아
우린 이 길을 여러 번 찾았었다.
걷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진다.
마음도,
바다 따라
잔잔해지고,
시끄럽던 생각들은
파도 소리에,
새소리에
서서히 지워져 갔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중간쯤 '서귀포 칠십리 노래비'가 보인다.
노래비가 있는 이 지점은 배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
사실, 나는 '서귀포 칠십리'라는 노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서귀포 칠십리'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 본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천지연 폭포와 새연교가 있는 부근에 '칠십리 시공원'에 가본 적 있는데,
걷기에 좋아, 참 마음에 들었던 공원이다.
그 공원에서 바라본 천지연폭포의 풍경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또, '서귀포 칠십리 축제'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있다.
'서귀포 칠십리'라는 말은
찾아보니, 서귀포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서귀포 칠십리?>
‘서귀포 칠십리(西歸浦七十里)’라는 말은 조선 시대에 지금의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었던 정의현성의 관문에서 서귀포의 서귀진 [또는 서귀포 방호소]까지 거리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뒤에, 오늘날은 서귀포를 상징하는 말로 개념이 확대되었다. [‘서귀포 칠십리’의 의미]
1938년에 남인수가 노래로 부르면서 일제 강점기 후반부터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 참조 https://www.grandculture.net/seogwipo/toc/GC04600019
계속 걷다 보면,
드디어 외돌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적 드라마였는지 가물가물한,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였다는 안내판과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입간판이 반갑게 맞아준다.
'외돌개'는 말 그대로 혼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를 뜻한다.
외돌개?
외돌개삼매봉 남쪽 기슭에 있다.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지식백과 참조
우리는
외돌개에서 사진을 찍고,
율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그 자리에서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왔다.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체력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외돌개를 지나 더 멀리 걸어도 좋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걷기로 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쉽지 않도록,
마음은 천천히 그 자리에 남겨두고 돌아왔다.
두 길 모두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걸을 수 있었다.
바다가 숨겨둔,
예쁜 산책길.
바람과 파도가 속삭이는 길을 따라,
우리 가족의 발걸음은 조용히 물결에 녹아들었다.
나무 데크 사이로 스며드는 파도 소리.
숲이 주는 치유와는 또 다른 결이었다.
바다는 마음을 멀리 열어주고,
바닷길은 그 마음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많은 사진 포인트에서 추억을 찍고,
유명관광지들을 지나며 시간을 담았다.
파도가 전하는 속삭임과
바람이 건네는 햇살 사이로,
이 길들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