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국화처럼 푸르고, 수정처럼 맑은 저 먼 바닷속은 매우 깊다. 그곳은 헤아릴 수 없이 깊어서 아무리 긴 닻줄을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으며 세상에 있는 교회 종탑을 모두 포개 놓아도 모자랄 정도이다.
2024년 10월 13일 아침 7시 서울 잠실수중보 오픈워터 체험장
오래도록 계속되던 더위가 물러서고, 아침 공기가 부쩍 쌀쌀해졌다.
"땀이 안 나니까 슈트도 입을 만하네."
1번 자매 큐언니가 얘기했다. 정말 그랬다. 바다 두 번에 한강 세 번. 오늘 입수하면 나는 올해 한강을 네 번 건너 다닌 셈이다. 아마 이번이 올해 마지막 오픈워터가 될 것 같다고들 했다. 날씨는 빠르게 가을 티를 내고 있었다. 8시가 되면 '2024 서울 한강 오픈워터 스위밍' 오늘 첫 대회가 시작된다.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니, 이제 제법 수린이 티를 감추는 법을 터득한 것도 같아 아주 조금만 경력자 시늉을 내보기로 한다(그렇다고 해서 수린이가 수른이로 바뀌지는 않지만).
나는 1번 자매 언니들(큐언니와 퓨언니)과 키가 큰 언니('키 큰언니'라고 써달라고 했으나, 다들 영어로 적고 있으니 롱언니라고 불러보기로 한다) 뒤에 딱 붙어 왕산에 다녀왔던 멤버들과 한강에 몇 번 더 다녀왔다. 두목님이랑 나이는 비슷한데 아직도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는 방장님은, 놀리듯 감탄하듯 매번 얘기했다.
"무섭다, 어쩐다 하면서 잘 따라다니네."
아침마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요, 무서워요, 하면서 너무 찡찡거렸나 보다. 아휴, 지질이 티 좀 적당히 냈어야 했어. 1번 자매 언니들이 매번 내 멱살을 잡고 한강으로 끌고 와줬다. 수영 끝나고 컵라면 먹자, 구운 계란 먹자, 하고 꼬시면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수영도 좋지만 이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나날이었다. 차츰 수영할 때호흡도 좋아졌다.
"많이 빨라졌네. 이제 원래 실력이 나오나 봐요."
"원래는 더 잘해요!"
지난번에는 방장님한테 칭찬받고, 농담을 해본답시고 우쭐대며 답했는데 반응이 참담했다.
"거짓말하지 마요."
어떻게 알았지?
드디어 8시. 기록을 재는 경쟁 경기가 아니어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천천히 출발해 보기로 한다. 수영 강습 오리발 데이에도 맨발로 수영하며 1번 자리를 지킨다는 전설의 맨발언니(수다쟁이 '남성'임에 주의)와 방장님이 경쟁하듯 맨 앞을 치고 나간다. 이어서 롱언니. 175cm의 키를 자랑하는 그의 수영 실력이 부럽다. 그의 긴 팔이 수면 위로 지느러미처럼 리드미컬하게 솟구쳤다. 너무 멋있구먼. 이어서 나와 1번 자매 언니들도 출발! 분명 천천히 출발한다고 늑장을 부렸는데도 앞, 뒤, 옆으로 사람이 채인다. 으아아! 그냥 잠깐 누워서 발차기만 조금 해보기로 한다. 숨을 쉬기 위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들 때마다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잠실대교가 보인다. 서울이 이렇게 멋진 곳이구나, 새삼 깨닫기도 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유속을 감안하며 우리 앞으로 열린 물길을 미끄러지듯 달려 나간다.